특허 공법 설계 반영·공법심사 거쳐…전문가 "시공·설계 불량 모두 따져봐야"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천정인 김혜인 기자 =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대표도서관은 독특한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한 특허 공법과 별개로 단순 접합 불량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대표도서관 설계를 맡은 H건축사무소는 설계 과정에서 H중공업이 보유한 특허 기술을 적용했다.
양쪽으로 168m에 달하는 기다란 형태의 철제 트러스(뼈대 구조물) 사이 사이를 연결하는 보를 설치하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부어 슬래브(지붕)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때 보는 콘크리트와 강재가 섞인 합성보를 사용해 압축응력과 인장응력을 버틸 수 있도록 고안됐다.
동바리 없이 데크플레이트 방식으로 콘크리트를 타설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 공법은 설계 단계에서 제안됐는데 광주시 공법심사위원회가 제작 방법과 시공 방법, 안전성 등을 검토해 승인했다.
같은 방식의 공법은 전국 공공기관이 발주한 다수의 복합시설 또는 주차장 등에 적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부천 R&D 종합센터 등 대형 공공업무시설부터 체육센터, 대형 주차장 등 25개소에 이미 적용돼 준공이 완료됐거나 현재 시공 중이다.
현장을 살펴본 전문가들은 가로로 기다란 형태의 철제 트러스 연결 부위가 매끈하게 끊어져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트러스는 48m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기둥과 기둥 사이에 교각처럼 연결돼 168m가 이어진 형태다.
공장에서 24m씩 끊어진 트러스를 가져와 현장에서 이어 붙였다.
트러스와 기둥을 연결하는 방식은 오직 용접이었다.
결국 무게를 버티지 못한 용접된 접합부가 갑작스럽게 끊어졌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즉 용접 작업이 제대로 되지 못한 시공 불량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동시에 접합 방식을 용접만으로 택한 근거에 대해서도 의문이 일고 있다.
용접만으로 트러스가 충분히 무게를 버틸 수 있다고 판단한 설계나 구조계산이 잘못됐을 가능성도 검증해봐야 할 대목이라는 것이다.
트러스 용접 부위가 끊어지면서 트러스에 연결돼 있던 합성보 역시 무너지면서 지하층까지 연쇄 붕괴로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건축구조 관련 전문가는 "현재 드러난 상태로는 접합부가 문제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시공 불량인지 설계 결함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 적용된 특허 공법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이와 별개로 해당 특허 공법이 반드시 필요했는지도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건축구조기술사는 "데크플레이트는 철골 공사에서 흔히 쓰는 방법이어서 그것만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동바리를 설치하지 않아 문제가 된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고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광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섣부른 사고원인 진단은 현장의 혼선을 부를 수 있다"며 "구조를 최우선을 마친 뒤 관계기관 및 전문가들과 협력해 사고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붕괴 사고는 전날 오후 1시 58분께 광주 서구 옛 상무소각장 부지 내 신축 중인 광주 대표도서관 2층 지붕(옥상)을 콘크리트 타설하는 중에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자 4명이 매몰돼 2명이 숨진 채 수습됐고, 2명은 매몰 위치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구조당국은 붕괴한 구조물이 불안정하다는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안정화 작업을 마칠 때까지 구조작업을 잠시 중단하고 있다.
광주대표도서관은 옛 상무소각장 부지에 516억원을 들여 연면적 1만1천286㎡, 지하2층∼지상2층 규모로 공정률 72% 수준으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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