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김봉연 기자] 익숙한 도시의 풍경이 해체되고, 그 틈새로 작가의 내면적 감각이 흘러나온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의 물리적 기록을 넘어, 도시가 품은 비현실적 인상을 포착한 전시가 열린다.
이경석 작가의 첫 번째 개인 사진전 ‘도시, 기억의 파편들(City, Fragments of Memories)’이 오는 17일까지 경기 하남 미사리에 위치한 ‘더 라이즈(The Rise)’ 갤러리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번 전시는 타이틀이 암시하듯, 현대 도시의 일상에서 부유하는 장면들을 파편화된 이미지로 재구성했다. 이 작가는 우리가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도시의 단상을 사진이라는 언어를 통해 ‘낯설게 보기’로 유도하며, 익숙한 풍경에 새로운 미학적 질서를 부여한다.
주목할 점은 작가가 취한 독창적인 접근법이다. 이번 전시작들은 명확한 구도와 사실적 재현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사진 문법에서 탈피했다. 대신 표현주의(Expressionistic)와 인상주의(Impressionistic)적 성향을 적극 차용해, 피사체가 뿜어내는 분위기와 작가가 감각한 내면의 경험을 시각화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작품 속 도시의 피사체들은 대부분 익명의 존재로 처리됐다. 이는 구체적인 장소나 인물에 대한 정보를 소거함으로써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유동적으로 만든다. 이 작가는 빛과 그림자, 그리고 구조물 사이의 맥락을 의도적으로 해체해 관람객이 자신만의 시선으로 존재의 의미를 탐색할 수 있도록 해석의 문을 열어두었다.
이경석 작가는 “이번 전시는 사진 매체의 경계를 시험하는 과정”이라며 “사진 미학의 고전적 명제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이 아닌, 현대 사회의 유동성을 반영한 ‘불확정적 순간’을 포착하려는 시도”라고 작품 세계를 설명했다.
한편 이경석 작가는 BODA 비주얼아트센터, F11+ 포토그래퍼 그룹(Photographer group), 뮤지엄한미사진, 상명대 아트센터 등에서 체계적인 사진 과정을 수료하며 탄탄한 기본기를 다져왔다. 현재 서울미술협회 사진부문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미술 전문지 ‘미술과 비평’에 작품이 수록되는 등 작품 세계의 깊이를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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