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항하는 K-조선, 연말 수주랠리 나설까…내년에도 잿팍 기대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올 한해 전(全)산업군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K-조선이 연말까지 순항하며 쾌속 질주를 이어갈지 관심이다. 이제 올해가 한 달도 남지 시점에 대형 수주 소식이 전해지면서 연간 수주목표치 달성은 물론 견조한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전날 아프리카 지역 선주와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2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수주 금액은 총 3542억원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번 건을 포함해 올 들어 현재까지 167억6000만달러(119척)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180억5000만달러)의 92.9%를 달성했다. 불과 한 달여 전인 지난 10월까진 143억7000만 달러를 수주하면서 약 80%를 달성했지만 이젠 수주목표치를 거의 다 채운 상태다.

여기에 HD현대중공업은 일본 선사 일본유센(NYK)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대한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이는 선박 건조 또는 계약 참여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는 문서로 정식 계약 이전에 체결된다. 이에 따라 최종 계약을 체결하면 연간 목표치 도달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상선 부문 수주 목표치(58억 달러)를 넘어선 61억 달러를 수주했다. 다만 해양플랜트 부문 수주가 지연되면서 올해 수주목표 98억 달러에는 아직 70% 수준인 69억4000만 달러의 수주 잔고를 기록 중이다.

다만 삼성중공업은 연초 공언했던대로 아프리카 모잠비크 가수전에 투입되는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 본계약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 루이지애나 해안 가스전에 설치하는 FLNG 3기 계약이 이뤄지면 연간 수주 목표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은 연초 구체적인 목표치는 없었지만 현재 총 79억6000만 달러를 수주했다. 구체적으로 초대형유조선(VLCC) 19척, 컨테이너선 17척, LNG운반선 6척, 쇄빙연구선 1척 등 총 43척이다. 이에 힘입어 실적도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화오션의 3분기 영업이익은 289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배나 급증했다.

여기에 한화 그룹은 미국의 필리조선소 인수 완료, 호주의 오스탈 조선소 인수를 추진하며 미국 내 조선소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중장기 관점에서 특수선 사업부의 매출이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K-조선업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국내 조선사들은 초호황기가 본격화된 2021년부터 일감이 쌓이면서 견조한 수주 잔고를 확보한데다 연내 수주 예정 및 인콰이어리(건조 문의) 물량 등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미 정부가 1500억 달러 규모로 추진 중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 외에도 다수의 글로벌 함정 사업이 남아 있다”며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비롯해 페루, 그리스, 필리핀, 사우디, 태국 등에서 연말이나 내년에 수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 HD현대미포 인근 염포부두에 입항 중인 미 해군 소속 4만1000톤(t)급 화물보급함 ‘USNS 앨런 셰퍼드함’.(사진=HD현대중공업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