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 = 태국 방콕/ 박수연 기자]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PUBG Global Championship, 이하 PGC) 2025' 그랜드 파이널에 나서는 FN 포천은 단순한 진출 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매니저 출신이란 꼬리표를 단 '치즈(Cheeze)' 황지수 감독과 은퇴를 종용받는 나이의 '스타로드(Starlord)' 이종호 선수. 이들은 각자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실력으로 뒤집으며 '반란'을 예고했다.
12일 크래프톤에 따르면,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최고 권위의 대회,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PUBG Global Championship, 이하 PGC) 2025'가 태국 방콕 시암 파라곤(Siam Paragon)에서 사흘간의 그랜드 파이널 일정에 돌입한다.
■ "행정가가 뭘 알겠냐고?"…비선수 출신 감독의 '오기'
이번 PGC 2025에 참가한 수많은 사령탑 중 '치즈' 황지수 감독의 이력은 단연 독특하다. 선수 경력 없이 팀의 지휘봉을 잡은 유일한 비선수 출신이자, 구단 행정 업무를 보다가 현장에 투입된 케이스다.
황 감독은 자신을 향한 물음표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처음에 코치 커리어를 시작했을 때 다들 의심했고, 솔직히 아직도 그 의심이 완전히 걷히진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선수 출신이 아니라는 점, 행정을 하다가 왔다는 점 때문에 비난도 많았고 우려 섞인 시선도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결과로 답하고 있다. 황 감독은 "우승 한 번으로 모든 편견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이번 그랜드 파이널 진출이 또 하나의 증명이 될 것"이라며, "설령 우승하더라도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며 나의 가치를 증명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늙었더라도 할 수 있는 건 다 보여주고 가겠다"…최고령 선수가 사는 법
1995년생으로 한국 선수 중 최연장자인 '스타로드' 이종호 역시 '나이'라는 편견과 싸우고 있다. 1세대 프로게이머로서 팀의 평균 연령을 높이고 있는 그에게 '이제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냐'는 시선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스타로드는 "새로운 신예들이 치고 올라올 때마다 '내가 이제 끝물이구나'라며 좌절하기보다, '저 친구들과 다시 경쟁하고 인정받고 싶다'는 오기가 생긴다"고 역설했다.
특히 스타로드는 단순히 선수 생활을 연명하는 것을 넘어, e스포츠 씬 전체를 위한 책임감을 이야기했다.
그는 "내가 1년 더 버티고 활약함으로써, 배틀그라운드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프로게이머의 정년' 리미트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늙었더라도 할 수 있는 건 다 보여주고 가겠다"고 말했다.
■ 그랜드 파이널, 편견에 맞서 '실력'으로 답하고 있는 그들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무대
이들의 '증명'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FN 포천은 벼랑 끝 승부인 '라스트 찬스'까지 몰리며 탈락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이들은 이 위기마저 '약점 보완의 기회'로 삼았다.
황 감독은 고질적인 '용두사미' 패턴을 고치기 위해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는 "EWC 때부터 1일 차 성적은 좋지만, 2일 차에 무너지는 경향이 있었다"며, "라스트 찬스를 거치며 초반 기세를 끝까지 이어가는 법을 피드백했다"고 밝혔다.
전술적으로도 주포 '렉스(Rex)' 김해찬의 과감함을 살리면서, '제니스(ZeniTh)' 이재성의 안정감으로 팀의 저점을 높이는 맞춤형 전략을 완성했다.
우선 황 감독은 '렉스 원맨팀'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 지난 라스트 찬스 역시 팀이 기록한 79킬 중 절반에 육박하는 34킬을 렉스가 홀로 책임졌는데, 이는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이 아닌, 철저한 역할 분담의 결과란 설명이다.
황 감독은 "주요 킬 포지션을 맡은 선수의 역할이 수행된 결과다. 렉스가 그만큼 많은 킬을 올릴 수 있었던 데는 다른 선수들의 백업이 원활했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렉스를 더 과감하게 활용하기 위한 팀 차원의 백업 연계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랜드 파이널 팀의 키 플레이어로 제니스를 꼽으며 "국제 대회에서는 고점보다는 저점이 높아야 된다. 그 저점을 다져주고 또 견고하게 만들어주는 선수가 제니스다"라고 역설했다.
스타로드도 라스트 찬스의 경험과 기세를 강조했다. 그는 "라스트 찬스는 좀 더 많은 경기를 치르며 퍼포먼스를 끌어 올릴 수 있었던 좋은 계기였다"며, "긴장과 설렘이 반복되는 가운데에서도 5위로 막차를 탄 도파민은 괜찮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편견에 맞서 '실력'으로 답하고 있는 비선수 출신 감독과 최고령 선수. FN 포천의 그랜드 파이널은 단순한 우승 도전을 넘어, 그들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한편, 14일까지 펼쳐지는 'PGC 2025' 그랜드 파이널 일정은 매 경기일 한국 시간으로 오후 6시 30분부터 시작되며, 배그 e스포츠 공식 유튜브, SOOP(숲), 치지직, 틱톡, 네이버 e스포츠를 통해 생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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