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위주로 흘러가던 인공지능 컨택센터(AICC) 시장에 '시각적 경험'을 더한 새로운 기술 표준이 제시될 전망이다. 국내 '보이는 ARS' 분야를 선도해 온 콜게이트가 글로벌 실시간 커뮤니케이션(RTC) 기업 아고라(Agora)와 손을 잡고 본격적인 글로벌 기술 연합 전선을 구축했다.
콜게이트는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스타트업 페스티벌 '컴업(COMEUP) 2025' 현장에서 아고라와 차세대 AICC 기술 협력을 골자로 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단순히 양사의 솔루션을 연동하는 차원을 넘어, 텍스트와 음성 중심의 기존 AI 상담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양사의 만남은 각기 다른 영역에서 확보한 '확실한 기술 우위'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끈다. 콜게이트는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직관적인 메뉴를 제공하는 '보이는 ARS' 기술로 국내 결제 및 상담 시장을 장악해 왔으며, 아고라는 전 세계 개발자들에게 실시간 음성·영상 API를 제공하는 글로벌 RTC 시장의 큰손이다.
협약의 핵심은 콜게이트의 전화 인터페이스 기술에 아고라의 초저지연 음성·영상 처리 기술을 이식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상담원 연결 대기 시간을 줄이는 것을 넘어, AI가 고객과 실시간으로 대화하며 화면에 필요한 정보를 즉시 띄워주는 '멀티모달' 형태의 고객 응대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구체적으로 양사는 ▲AICC 신뢰 프레임워크 구축 ▲보이는 ARS 기반 실시간 대화형 AI 컨택센터 개발 및 데모 시연 ▲기술 생태계 확장을 위한 공동 연구 등을 약속했다. 기술 개발 단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업화 모델까지 함께 기획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제휴 이상의 무게감이 실린다.
두 회사의 협력은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다. 지난 11월 열린 'AI Summit 2025'에서 양사는 이미 실시간 대화형 AI 솔루션을 공동으로 선보이며 시장의 반응을 살폈다. 당시 현장에서는 전화 상담 환경에서 필수적인 실시간 음성 처리 속도와 자연어 자동화 기술이 끊김 없이 구현되는 점이 호평을 받았다. 이번 컴업 2025에서의 MOU 체결은 앞선 검증을 바탕으로 협력 관계를 공식화하고, 한국을 테스트베드 삼아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협력이 AICC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부정확한 음성 인식'과 '답답한 사용자 경험'을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음성만으로는 전달하기 힘든 복잡한 정보를 화면으로 보완하고, 아고라의 통신망을 통해 지연 없이 처리한다면 상담 효율성은 비약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이강민 콜게이트 대표는 이날 현장에서 "기존 보이는 ARS가 정적인 메뉴 선택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실시간 대화형 AI를 통해 능동적인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단계로 진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혁신 기업들이 집결한 컴업 현장에서 아고라와의 파트너십을 알리게 된 것은 기술적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아고라의 공동 창립자인 토니 왕 최고영업책임자(CRO) 역시 "콜게이트와의 협력은 아고라의 기술이 AICC 영역으로 깊숙이 침투하는 중요한 계기"라며 "우리의 고성능 RTC 기술과 콜게이트의 인터페이스가 만나면 지능적이면서도 즉각적인 반응을 원하는 기업 고객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과제도 남아있다. 이미 통신 3사와 대형 IT 기업들이 자체 AICC 솔루션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양사의 연합 모델이 기존 시스템을 사용하는 기업들에게 얼마나 획기적인 비용 절감이나 효율성을 증명해낼지가 관건이다. 기술적 완성도 못지않게 기존 레거시 시스템과의 호환성 확보가 시장 안착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콜게이트와 아고라는 향후 공동 데모 프로젝트와 기술 세미나 등을 통해 구체적인 사용 사례(Use Case)를 시장에 내놓으며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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