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플러스] 늙지 않는 그녀, 풀리지 않는 진실 '영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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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플러스] 늙지 않는 그녀, 풀리지 않는 진실 '영생인'

뉴스컬처 2025-12-12 14:42: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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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생인'. 사진=픽처하우스
영화 '영생인'. 사진=픽처하우스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김상훈 감독의 '영생인'은 현실과 미지의 경계를 무자비하게 흔드는 실험적 미스터리 스릴러다. 원자폭탄 피폭 이후 태어난 ‘늙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설정은 SF적 상상에 머무르지 않고, 역사적 비극을 배경으로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날카롭게 던진다.

영화는 평범해 보이는 일상에서 출발하지만, 화면은 곧 설명할 수 없는 장면들로 뒤틀린다. 카메라는 관찰자의 시선을 가장하지만, 그 시선은 점차 믿을 수 없는 기록으로 변질되며 관객의 불안을 촘촘히 조립한다. 감독은 여기서 긴장감 유발을 넘어, 현실과 기록의 신뢰성 자체를 문제 삼는다.

예고편의 첫 장면은 2차 세계대전 기록 영상에서 현재로 이어지며, 주인공이 ‘1945년 원폭의 잔해 속에서 태어난 아이’임을 암시한다. 이어 ‘76세의 나이, 26세의 얼굴’이라는 카피는 시간과 육체의 자연법칙을 거스르는 설정을 존재론적 질문으로 끌어올린다. 이 긴장감은 예고편 내내 해소되지 않고,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구축된다.

하지만 '영생인'은 설정의 신기함에 안주하지 않는다. 사건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기록과 증언이 서로 충돌하며, 관객은 영화가 제공하는 사실의 층위를 의심하게 된다. 이 의심은 영화의 서사적 장치이자, 현실과 허구를 구분할 수 없는 지점을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춘천영화제에서 이미 주목받았지만, 그 평가는 칭찬을 넘어 작품의 구조적 실험성을 지적한다. 김상훈 감독은 현실 사건과 미지의 층위를 병치하며, 각 장면에서 불안과 호기심을 극대화한다. 이는 장르적 재미와 역사적 성찰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의도적 선택으로 읽힌다.

영화 '영생인' 포스터. 사진=픽처하우스
영화 '영생인' 포스터. 사진=픽처하우스

메인 포스터 역시 이러한 연출 의도를 시각적으로 압축한다. 지워진 얼굴, 겹쳐진 잔상, 오래된 기록의 질감은 그녀의 존재가 시간에 고정되지 않았음을 은유한다. 동시에 1945년 나가사키 원폭과 피폭 조선인 7만여 명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상기시키며, 허구적 설정이 아님을 명확히 드러낸다.

그러나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불편하다. 관객은 무엇이 기록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끝까지 확신할 수 없으며, 영화는 이를 끝까지 이용한다. '영생인'은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적 틀을 넘어, 관객을 인식적 혼란 속으로 밀어넣으며 장르적 쾌감과 역사적 반성을 동시에 체험하게 한다.

결국 '영생인'은 볼거리를 제공하는 작품이 아니다. 현실과 기록, 진실과 허구를 교차시키며 관객을 사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영화다. 날카로운 설정과 과감한 연출, 그리고 역사적 비극을 기반으로 한 미스터리적 상상은, 한국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예리하게 보여준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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