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12일 개인정보 유출사건과 관련해 “잘못하면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 한다”며 징벌적 과징금 부과 기준을 담은 시행령을 즉시 개정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송경희 위원장으로부터 “반복·중대 위반에 대해 매출의 1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특례를 추진하겠다”는 보고를 받은 뒤 “법에는 전체 매출의 3%까지 가능하지만 시행령은 최근 3개년 매출 평균의 3%로 더 약해졌다”며 “일단 시행령부터 최근 3년 중 매출이 가장 높았던 해의 3%로 고치라”고 주문했다. 최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거론하면서는 “3천400만명 넘게 피해를 봤는데 개개인이 소송하지 않으면 보상을 못 받는 구조”라고 지적하며 “집단소송제를 꼭 도입해야 한다. 입법 속도를 내달라”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도 반복적·고의적 대규모 유출에 대해 전체 매출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물리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연구개발(R&D) 시스템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연구재단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통계적으로 우리나라 연구 성공률이 90%가 넘는다. 안 해도 되는 걸 한다는 뜻”이라며 “성공 가능성이 높고 돈이 될 만한 연구는 기업이 할 일이고, 국가는 기업이 하지 않는 장기·고위험 연구를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소수의 문제 때문에 모두를 잠재적 위반자로 취급해 딱풀 하나 사는 것까지 영수증 입력을 강요하는 건 옳지 않다”며 “대신 악용하는 소수는 수시로 조사해 연구 현장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했다.
우주 정책과 관련해선 한국 독자 발사체 누리호와 달 탐사 계획을 놓고 보다 과감한 투자를 주문했다. 우주항공청으로부터 누리호를 2027년까지 6차 발사한 뒤 2030년대 차세대 발사체로 넘어가는 계획을 보고받은 이 대통령은 “발사가 한 번씩 성공할 때마다 성공률이 4~5%씩 올라가는 것 아니냐”며 “매년 한 번씩 쏴야 하는데 1천억 원이 없어서 못 한다는 건 안타깝다. 2029~2032년 발사 계획을 지금 확정하라. 확신을 갖고 투자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미래엔 발사 수요도 늘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에도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덧붙였다.
인공지능(AI) 전략과 교육에 대해서도 보다 근본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정부가 ‘민생 AI 프로젝트’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내세우며 2027년까지 전 국민이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제가 상상하는 범용 AI와는 많이 동떨어진, 부분적인 계획”이라며 “앞으로 AI를 활용하지 못하면 산수나 한글을 깨치지 못한 것 같은 상황이 온다. 동네 아주머니·아저씨, 할아버지·할머니 누구나 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90% 이상이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기본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며 관계 부처를 모아 강력한 추진 체계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방송 정책과 관련해서는 일부 종합편성채널을 ‘편파 유튜브’에 빗대며 방송 정상화 과제를 정면으로 꺼내들었다. 이 대통령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종편, 그게 방송인지 편파 유튜브인지 의심이 드는 경우가 꽤 있다”며 “위원회 업무 중 방송의 편향성·중립성 훼손, 품격 저하에 대한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언급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방미통위 측이 “편향성 심의는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소관이고, 종편에 대한 평가는 재승인 때 한다”고 설명했지만, 이 대통령은 “중립성을 어기고 특정 정당의 사적 유튜브처럼 활동하는 데 대해 방미통위가 전혀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이냐”고 따져 물으며 제도 전반의 재점검을 예고했다.
이날 업무보고는 ‘혁신과 신뢰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과학기술·우주·데이터·방송 분야를 아우르는 자리로 진행됐으며, 이 대통령은 과학기술 투자 확대와 함께 개인정보 보호, 연구개발 제도, 우주·AI 전략, 편파 방송 문제까지 전방위 개혁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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