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YK의 COP30 탐방기 in 아마존 ⑧] 기후불안, 개인의 감정을 넘어 ‘시대의 징후’로: 기후·청년·불안의 교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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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YK의 COP30 탐방기 in 아마존 ⑧] 기후불안, 개인의 감정을 넘어 ‘시대의 징후’로: 기후·청년·불안의 교차점

투데이신문 2025-12-12 13:00:55 신고

3줄요약

기후변화 논의를 하다 보면 늘 등장하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IPCC, UNFCCC, 파리협정… 그 중에서도 COP, 즉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는 매년 말 전 세계 최대 규모로 열리는 기후변화 정상 회의입니다. COP에서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수많은 협약과 협상, 부대행사가 동시에 진행되며 주요 기후 이슈를 중심으로 다양한 액션이 이뤄집니다. 올해는 11월 10일부터 21일까지 제30차 COP가 브라질 벨렘(Belém)에서 개최됐습니다.

하지만, 국가 정상과 협상가들이 오가는 복잡한 논의 구조, 하루에도 수십 개씩 병렬로 진행되는 세션, 전문 용어로 가득한 회의 내용은 많은 사람들에게 COP을 여전히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게 합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COP에 모이는지, 그리고 그들이 실제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이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번 [GEYK의 COP30 탐방기 in 아마존] 시리즈에서는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이하 GEYK)가 COP30 현장에 직접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청년의 시각에서 현장의 분위기와 논의의 핵심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COP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누가 어떤 역할을 하는 자리인지 그리고 왜 이 공간이 기후문제 해결에서 중요한지를 살펴보려 합니다.

COP30 한국홍보관 부대행사-“기후불안(Climate Anxiety)-글로벌 청년 윤리적 대화와 실천” [사진 제공=GEYK] <br>
COP30 한국홍보관 부대행사-“기후불안(Climate Anxiety)-글로벌 청년 윤리적 대화와 실천” [사진 제공=GEYK] 

 두려움 속에서 행동을 찾다

기후 활동가 대다수는 크고 작은 기후불안을 느끼는 순간에 기후·환경운동의 문을 두드립니다. 나의 미래가 위태롭다고 느껴지는 감정, 설명하기 어려운 막연한 두려움,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질문이 행동으로 바뀌는 순간들이죠. 이번 COP30에서 GEYK가 한국홍보관에서 ‘기후불안(Climate Anxiety)’을 주제로 부대행사를 진행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기후위기의 영향을 받는 것은 자연만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며, 그 마음을 돌보는 일 역시 기후정책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기후불안은 왜 ‘정상적인 감정’인가?

기후불안은 불필요한 걱정이나 과민한 반응이 아닙니다. 심리전문가들은 “기후불안은 병이 아니라 현실적인 상황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설명합니다. 사회적 불안이나 특정 공포증 같은 감정은 ‘인지적 재조정(생각을 다시 정리하는 것)’로 두려움을 줄여나갈 수 있지만, 기후위기는 실제로 존재하는 위험이라 머릿속에서 “괜찮다, 걱정할 일 아니다”라고 바꿔 생각하더라도 불안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블룸버그 그린 보도에 따르면 대형 산불·폭우·폭염 같은 기후재난이 발생했을 때, 혹은 UN 기후총회나 주요 과학 보고서, 뉴스가 발표되는 시기가 되면 기후불안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급증한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기후 연구자나 과학자들조차 이러한 불안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기후위기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동시에 가장 크게 흔들린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후불안 때문에 심리 상담이나 치료를 찾아가는 사람은 적습니다. 블룸버그 그린이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5명 중 1명 미만의 사람들이 정신 건강 전문가와 그 문제를 논의한다고 답했습니다. 즉, 주변 친구 5명 중 4명은 기후불안을 혼자 견디고 있다는 뜻이죠. 이처럼 기후불안은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 다루어지지 않는 감정이며 그렇기에 더욱 ‘정상화(Normalizing)’가 중요한 감정입니다.

국내 기후불안 실태

국내에서는 기후불안을 유발하는 조건들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지난 수년간 우리는 반복적인 폭우·산불·폭염·미세먼지 악화 등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후 재난을 겪어왔습니다. 2024년에도 전년에 이어서 사상 최고기온을 기록했고, 몇 년 사이 계절의 길이가 극단적으로 변했습니다. 한국환경연구원(KEI)이 진행한 국민환경의식조사에서도 “한국의 가장 큰 환경 문제는 기후변화”라고 답한 국민이 68%로, 3년 만에 30%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여기에 기후정책의 불일치가 불안을 구조적으로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한국은 여러 차례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했지만 실제 배출량과 목표 간 괴리가 크고 이행 경로 또한 매번 변경되며 혼선을 빚어왔습니다. 국제 평가에서도 한국의 감축정책은 ‘매우 불충분’ 판정을 받고 있으며, 주요 국제 지수에서도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결국 불안은 ‘과한 걱정’이 아니라 정책 신뢰 저하가 만들어낸 합리적 감정인 셈입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특히 청년에게 기후불안이 더 깊게 영향을 미치는 이유

청년은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기에 있습니다. 진로·주거·결혼·출산·건강 등 모든 계획이 미래가 안전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성립합니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그 전제를 뒤흔들고 있죠. 재단법인 숲과나눔 풀씨행동연구소가 전국 17개 시/도 거주 20-34세 청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가 기후로 인해 가족의 △경제 △사회 △신체적 안전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2021년 국제 의학학술지 랜싯(Lancet)에 실린 ‘기후 변화와 청년층 인식’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10개국 16~25세 1만명 청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75.5%는 기후변화가 내 미래를 위협한다고 답했으며, 39.1%는 기후변화로 인해 출산을 주저한다고도 밝혔습니다. 

사회적인 원인 뿐만이 아니라 2024년 전국 대규모 산불 이후 재해 경험자의 65%가 불면, 58%가 불안 증상을 겪었다는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기후위기가 정신건강을 직접적으로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불안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1) NDC와 정책 신뢰의 간극

NDC와 실제 국제 목표 간의 괴리가 밝혀지자 정책 신뢰가 흔들리면서 청년들이 불안을 가장 먼저 체감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2035년 NDC 53~61% 감축안은 IPCC 기준에 “최소 준수 수준”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2030년까지 필요한 감축량이 후반부에 누적돼 몰려 있고, 여러 부문에서 감축 속도가 정체된 현실은 청년들에게 “미래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라는 구조적 불안을 야기합니다. 실제로 2024년 국민환경의식조사(KEI)에서도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정부가 환경 보호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보면서도, 정부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이 2021년 35.5%에서 2024년에는 51.2%까지 꾸준히 늘어났습니다.

2) 연구 공백과 사회적 준비 부족

한국의 기후불안 연구는 20년 동안 75건뿐이며, 그중 70%가 해외 학술지에 발표돼 국내 논의와 정책으로 연결되는 통로도 부족합니다. 치료, 교육 및 지역사회 차원의 지원체계 역시 아직은 걸음마 단계입니다.

3) 세대별 체감 차이의 심화

기후변화로 인해 결혼·출산·직업 선택 등 삶의 중요한 결정에서 ‘위험 회피적 경향’이 커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2021년 국제 의학학술지에 실린 ‘기후 변화와 청년층 인식’ 조사에 따르면, 1만명 청년 중 85%가 기후불안을 느낀다고 응답했습니다.

COP30에서 유일하게 ‘기후불안’을 다룬 GEYK - 소소하고 강력했던 고백

COP30에서 GEYK는 한국홍보관 부대행사로 ‘기후불안: 글로벌 청년의 윤리적 대화와 실천’ 행사를 주최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한국 청년단체가 주도한 프로그램으로서, 전체 COP30 부대행사 중 기후불안을 집중적으로 다룬 유일한 세션이었습니다.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 - 청년 메시지를 담은 자체제작 Zine [사진 제공=GEYK]

행사장에는 많은 청년과 시민이 찾아와 자신의 불안을 직접 이야기하고, 서로 비슷한 감정을 나누며 공감과 유대감이 오갔습니다. ‘기후불안은 혼자가 아니라 모두의 경험’이라는 사실을 체감하는 자리였고, 감정을 나누는 것 자체가 회복의 첫걸음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습니다.

행사는 국내 기후불안의 실태부터 소개하고 한국의 기후정책과 NDC가 국민의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는 발표로 시작됐습니다. 이어 아시아·남미 청년들의 생생한 경험과 국제 비교 사례가 공유됐고, 마지막 패널 토론에서는 성평등·무기력감·심리적 회복·공동체의 역할 등 다양한 관점이 공유됐습니다.

아르헨티나와 파키스탄 청년 대표가 나눈 그들의 이야기는 많은 참석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아르헨티나 패널 벤하민 구알도니(Benjamín Gualdoni)는 반복되는 경제위기 속에서 기후위기가 더해질 때 청년들이 느끼는 ‘이중의 압박’을 설명하며 불안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사회경제 구조와 연결된 문제임을 강조했습니다. 정부의 불안정한 정책과 재정 부족으로 인해 기후대응이 지속성을 갖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하며 “기후불안은 개인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이 촉발한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한편 파키스탄 패널 피자 하미드 칸(Fizza Hameed Khan)은 2022년에 초대형 홍수로 겪은 트라우마를 공유하면서 시작했습니다. 기후재난이 단순한 물리적 피해를 넘어 세대 전체의 심리와 정체성을 뒤흔든다는 점을 생생하게 전달했습니다. 특히 여성과 어린이, 농촌 지역 주민들이 겪는 장기적 심리 피해로 인한 기후불안을 완화하려면 공동체 기반의 지원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두 발표 모두 기후불안은 특정 국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조건 속에서도 청년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세계적 현상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주는 중요한 메시지였습니다.

패널과 참여자들은 공통적으로 “기후불안은 개인의 약함이 아니라, 우리가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말에 동의했습니다. 특히 국제 청년들과의 교류에서는 두 가지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해외에서는 기후불안 연구, 상담 및 교육 프로그램이 제도권 안으로 점차 자리 잡고 있는 반면, 한국 청년들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기후불안이라는 사실조차 아직 충분히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개념의 노출도가 미흡한 상황입니다.

COP30 한국홍보관 부대행사 - “기후불안(Climate Anxiety)-글로벌 청년 윤리적 대화와 실천” 패널 토론 현장 [사진 제공=GEYK] 

기후불안을 ‘정상화’해야 행동이 시작됩니다

앞으로 기후재난의 빈도와 강도가 더욱 커질수록 기후불안을 느끼는 사람 역시 증가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기후불안은 더 이상 “특정 집단의 감정”이 아니라, 사회가 준비해야 할 공중보건이자 정책 영역입니다. 기후불안이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일관성 있는 정책이 신뢰를 줄 때 기후불안은 줄어들고 정책이 불안정해질 때 기후불안은 강화된다는 것입니다.

기후불안은 때로는 기후·환경활동의 출발점이 되며, 많은 청년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강한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후불안을 낳는 구조적 요인이 해소되지 않으면 그 감정은 쉽게 무력감과 체념으로 전환되고, 이는 개인의 삶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더 큰 비용과 위험을 초래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불안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그 불안이 지적하는 문제들을 정면으로 다루고, 청년들이 안심하고 미래를 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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