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무지·도요타 등 큰 타격 없어…日식당체인엔 대기줄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중국과 일본 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에도 중국 소비자들은 여전히 '일본 소비'를 계속하고 있다고 12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2012년 일본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국유화해 중일 관계가 악화했을 때는 중국 전역에서 반일 시위와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거세게 일어나면서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유니클로는 중국 내 매장 40여곳의 영업을 일시 중단했고 슈퍼마켓 체인 이온은 광둥성·산둥성 매장 35곳 중 30곳의 문을 닫았다. 일본 자동차의 중국 내 판매가 급감하는 가운데 시안에서 도요타 코롤라를 운전하던 중국인이 공격받아 중상을 입은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중일 갈등 국면에서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중국군 항공모함 함재기가 일본 오키나와 인근 공해상에서 일본 자위대 전투기에 '레이더 조준'을 했던 지난 6일, 상하이에서는 일본의 회전초밥 체인 '스시로' 지점 두 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
스시로는 '가성비'를 앞세워 최근 수년간 중국에서 빠르게 점포망을 확장, 현재 약 70여곳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새로 개점한 상하이 매장에는 대기 줄이 끊이지 않았다.
이곳을 찾은 푸젠성 출신의 22세 남성은 다카이치 총리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묻자 "우리 정부 결정을 존중하지만, 이것은 정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밥을 먹으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베이징의 유니클로 매장을 찾은 쇼핑객들도 최근 중일 갈등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50대 후반의 한 여성은 겨울용 '히트텍' 제품을 둘러보면서 "나도 우리나라를 지지하고 싶지만 일본 제품을 불매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어차피 여기 있는 건 다 중국에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쓰촨성 청두의 무지 매장은 보수공사를 거쳐 최근 재개장한 뒤로 손님들이 붐비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고추기름 젤라토' 등 이 매장의 현지 협업 제품에 대한 호평이 올라왔다.
광둥성 선전의 한 도요타 자동차 대리점 판매직원도 이번 갈등이 중국시장 주력 전기차 모델 'bZ3X'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분석기업 항저우즈이테크놀로지에 따르면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몰에서 일부 일본 브랜드 매출은 중일 '대만 갈등'이 불거진 이후에도 감소하지 않았고 유니클로, 무지, 시세이도, 소니, 파나소닉 같은 브랜드는 오히려 증가했다.
중국 정부가 일본 여행 '자제령', 일본수산물 수입 금지, 일본 영화·공연 취소 등 보복에 나섰음에도 중국 소비자들이 여전히 일본 제품을 소비하는 것은 당국이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대중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를 더 위축시키거나 억제하기 어려운 수준의 사회적 불안을 자극하지 않으려 대일 보복 수위를 정교하게 조절하는 등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총편집인을 지낸 관변논객 후시진은 웨이보에 "일본과의 투쟁은 장기전이 될 수 있다. 중국 사회가 단호함, 이성, 단합을 유지하는 것이 곧 회복력이자 지속 가능성"이라며 지난달 중일 갈등과 관련해 분위기 과열을 경계하기도 했다.
일본과 중국에서 근무한 미국 외교관 출신인 제러미 찬 유라시아그룹 수석 애널리스트는 "대중의 분노를 자극하면 정부도 관리하기 어려운 예측 불가능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일본의 음식과 제품은 중국에서 여전히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다카이치 발언으로 촉발된 중일 갈등은) 일반 대중에게는 추상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신중한 분위기는 다카이치 총리가 발언을 철회하라는 중국의 요구에 계속 응하지 않을 경우 바뀔 수 있다고 우신보 상하이 푸단대 미국연구소장은 말했다.
우 소장은 "다카이치가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조정하지 않으면 중국은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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