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이 만든 국산 당뇨 신약이 미국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종근당의 글로벌 파트너사인 아클립스 테라퓨틱스가 미국 최고의 의료 기관 중 하나인 메이요 클리닉과 임상 협약을 맺었다는 소식이다. 이번 만남의 목적은 하나다. 바로 위마비증이라는 난치성 질환을 정복하기 위해서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이번 협약의 주인공은 'M107'이라는 물질이다. 사실 이 물질의 정체는 우리에게 꽤 익숙하다. 종근당이 자체 기술로 개발해 성공을 거둔 당뇨병 치료제 듀비에의 주성분, 바로 로베글리타존이기 때문이다. 이미 당뇨약으로 쓰이며 안전성이 검증된 이 성분이 이번에는 위장 질환 치료제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미국 임상 무대에 오르게 됐다.
협약의 내용은 구체적이다. 메이요 클리닉은 아클립스로부터 연구 지원금을 받아 직접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LOGAST다. 다가오는 2026년 1분기부터 환자 모집이 시작되며, 미네소타, 애리조나, 플로리다에 위치한 메이요 클리닉의 세 캠퍼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그렇다면 왜 위마비증일까. 위마비는 말 그대로 위가 마비되어 움직이지 않는 병이다. 기계적으로 막힌 곳이 없는데도 음식이 위에서 장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정체된다. 환자의 절반 이상이 중증 고통을 호소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근본적인 치료 약이 없다. 환자 3명 중 2명이 기존 치료에 만족하지 못할 만큼 새로운 약에 대한 갈증이 큰 영역이다.
아클립스는 로베글리타존이 가진 항염증 효과에 주목했다. 우리 몸의 면역을 담당하는 대식세포 중에는 염증을 일으키는 나쁜 세포(M1)와 염증을 억제하는 착한 세포(M2)가 있다. 로베글리타존은 착한 세포는 늘리고 나쁜 세포는 줄여서 이들의 균형을 맞춘다. 이를 통해 위의 염증을 잡고 마비된 위장을 다시 움직이게 하겠다는 것이 이번 임상의 핵심 원리다. 먹는 약(경구용)이라 환자들이 복용하기 편하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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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협력에 대해 양사 대표들의 기대감도 남다르다. 아클립스의 레이먼드 K. 후크 대표는 이번 연구가 위마비증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여는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M107이 위마비의 병태를 근본적으로 조절하는 최초의 경구용 치료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종근당 김영주 대표 역시 이번 협력을 듀비에의 영역 확장이라고 정의했다. 당뇨병 치료제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 쓰임새를 넓혀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전략이다. 종근당은 앞으로도 아클립스와 긴밀히 협력해 혁신적인 치료 옵션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미 한국에서 검증된 약물이 세계 최고의 병원과 만나 어떤 시너지를 낼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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