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도 총지출 727.9조 원 예산안이 확정되면서 , 정부가 제시한 '기술이 주도하는 초혁신경제' 달성 목표는 막대한 재정적 베팅에 직면했다. 전편에서 분석했듯, 보건·복지·고용 분야의 압도적인 규모 증가(+20.4조 원)는 재정 경직성의 위험을 상징한다면 , 이번 예산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가장 공격적인 전략 축은 단연 연구개발(R&D) 부문이다. 연구개발 분야는 전년 대비 19.3%라는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 이는 이재명(62) 정부의 최우선 정책 목표가 인공지능(AI)을 통한 산업 혁신에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이러한 전략적 집중의 정점에 있는 항목이 바로 '산업 전반의 AI 전환(AX) 확산 연구개발' 관련 지출이다.
100% 폭증: 재정의 AI 대전환 승부수
산업 전반의 AI 전환 확산 연구개발 예산은 2026년 예산안에서 전년 대비 무려 100.8% 증가한 1조 1,347억 원으로 편성되었다. AI 관련 예산이 전반적으로 폭발적인 증가율을 보인 것은 정부가 이 분야에 재정을 극단적으로 집중하여 산업 혁신의 불씨를 지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와 함께 AI 관련 신규 전략 투자도 대규모로 편성되었다. 특히 '케이(K)-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기술개발(R&D)'에는 2026년 신규 사업으로 1,851억 원이 배정되었다. 이는 급변하는 세계 반도체 기술 경쟁에서 한국의 지위를 결정하는 핵심 프로젝트로, 정부가 AI 기술 개발의 '질'적 성장과 주도권 확보를 위해 자금을 아끼지 않겠다는 강력한 신호였다.
그러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이러한 극단적인 예산 집중이 낳을 수 있는 '재정 투입의 쏠림 현상'과 '비효율성 위험'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이루어졌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분석 시리즈에 따르면, 재정 지출 확대 과정에서는 유사하거나 중복적인 사업의 증가, 그리고 사전 계획 미흡에 대한 우려가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예산이 기술 개발의 '질'과 '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단기적인 성과에 치중하거나, 실제 시장 수요와 괴리될 경우 대규모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국회의 감액: 재정 유연성과 투자의 효율성 논쟁
AI 확산 연구개발 예산이 전반적으로 순증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야 합의 과정에서 일부 'AI 지원' 항목이 감액 대상에 포함된 사실은 이 예산의 효율성에 대한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다. 여야는 정부 원안 대비 총 4조 3,000억 원을 감액하고 그 범위 내에서 증액 항목을 조정했는데 , 감액된 항목 중에는 정책 펀드와 예비비 등과 함께 AI 관련 지원 예산이 명시됐다.
이런 조정은 대규모 AI 예산 내부에 정책적 우선순위가 낮거나, 중복성이 의심되는 '군살'이 존재했음을 방증한다. 국회는 예산 심의를 통해 미래 성장에 자원을 집중하면서도, 그 투자가 면밀한 사업계획과 성과관리체계 없이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비판적으로 살폈다.
국회 예산 심사 과정을 지원했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장우현 소장은 국회예산정책처 토론회에서 "적극적인 재정 운용 방향을 제시한 만큼 증거 기반 성과관리와 성과평가를 바탕으로 미래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운영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AI 관련 예산이 단순한 규모 확대에 그칠 것이 아니라, '투입 대비 산출 목표 달성 가능성'을 엄밀하게 증명해야 한다는 국회의 요구를 대변했다.
또한 조국혁신당 김재원 위원은 2026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과거 정부가 추진했던 극단적 긴축과 선택적 재정으로 인한 균열을 바로잡고 민생 회복 의지가 담겼는지를 심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 이는 AI와 같은 대규모 전략 투자 예산 역시 국민 삶에 직결되는 파급 효과와 효율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여야 합의는 AI 관련 지원 예산 일부를 감액하면서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재해복구시스템 구축, 분산전력망 산업 육성, AI 모빌리티 실증사업 등 디지털 및 에너지 인프라 강화를 위한 핵심 사업들을 증액하는 데 합의했다. 이는 국회가 AI를 통한 혁신이라는 큰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그 투자 방식과 우선순위에 대해서는 보다 실용적이고 엄격한 옥석 가리기를 단행했음을 보여주었다.
선택과 집중: 감액 속에 빛난 전략 투자
AI/R&D 예산의 증감 분석은 정부 정책 기조의 세밀한 변화와 집행 효율성을 측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100%가 넘는 증액은 기대감과 잠재력을 보여주지만, 일부 감액은 비효율적인 구조와 중복 투자의 위험을 동시에 시사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외교·통일 분야 예산이 유일하게 전년 대비 0.7조 원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 첨단 및 주력산업 육성(26.4% 증가), 5극 3특 균형성장(16.8% 증가), 그리고 통상·수출 대응 강화(67.8% 증가) 등 미래 먹거리와 직결된 분야에 자원을 집중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집중은 '국민안전, 국익 중심의 외교·안보' 라는 정부 기조 아래에서, 재원의 우선순위가 미래 기술 선점과 경제 안보 강화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AI 연구개발에 대한 이 극단적인 예산 집중은 재정 투입의 '쏠림 현상'을 발생시킨다. 이는 경제 성장의 동력 확보에는 기여할 수 있으나, 만약 기술 개발이 실제 시장 수요와 괴리되거나, 단기적인 성과에 치중하여 장기적인 기초 연구를 소홀히 할 경우 대규모 예산 낭비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AC 002 분석은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이 AI 전략이 기술 개발의 '질'과 '투명성'을 확보했는지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AI 연구개발 예산의 폭발적 증가(100.8%)는 727.9조 원 예산안이 미래 성장에 집중하려는 명확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로써 정부는 'AI 대전환'이라는 거대한 승부수를 던졌지만, 그 예산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국회로부터 이미 비효율성에 대한 지적과 일부 감액이라는 '옥석 가리기'를 경험했다. 예산은 확보했지만, 이제 정부와 관련 부처는 장우현 소장이 강조했듯 증거 기반 성과관리 체계를 구축하여 대규모 자금 투입이 실질적인 기술 주도 초혁신경제로 이어지게 할 역설적인 과제에 직면했다. 국회는 재정의 마중물이 헛된 물이 되지 않도록 면밀한 감시자 역할을 지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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