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다국적 기업 특례조치 도입에 중국 등 OECD 일부 국가 문제제기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추진되는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를 놓고 미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이의 긴장감이 다시 높아졌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OECD는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 시행에 따른 회원국들의 합의 수정 내용을 담은 문서를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일부 회원국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본사나 외국 지사를 법인세가 낮은 국가로 옮기는 다국적 기업을 겨냥해 OECD가 도입하기로 한 제도다.
15%를 글로벌 최저한세로 규정한 뒤 이보다 낮은 세금을 내는 다국적기업에는 사업장을 둔 다른 국가에 과세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연결매출액이 7억5천만 유로(약 1조3천억 원) 이상인 다국적 기업이 대상이다.
애플과 알파벳, 메타, 아마존 등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주요 대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미국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에 합의했으나, 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제도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제도가 미국의 과세 주권을 다른 나라에 넘겨주는 것이라면서 관세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실제로 미국 의회는 글로벌 최저한세를 미국 기업에 적용하는 국가에 보복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OECD는 미국 기업에 대한 글로벌 최저한세 적용을 제외하는 방향으로 논의의 방향을 변경하고, 올해 말까지 수정 내용을 확정하기로 했다.
당초 이날 공개될 예정이었던 합의 수정 문서에는 미국 기업에 대한 특례 조항이 담길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국을 비롯해 에스토니아, 체코, 폴란드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문서 공개 절차가 중단됐다.
중국은 자국 기업도 미국과 동일한 글로벌 최저한세 적용 제외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에스토니아는 미국이나 중국 기업이 최저한세 제도에서 특례를 받을 경우 EU 기업만 각종 규제와 행정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점을 문제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글로벌 최저한세를 실행하기 위한 행정적 비용은 막대하지만, 추가로 걷을 수 있는 세수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다양한 세제 혜택과 인센티브로 다국적 기업을 유치해온 체코와 폴란드는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OECD가 연말까지 합의 수정 내용을 확정하지 못할 경우 미국은 OECD에 대한 다양한 보복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미국 공화당은 글로벌 최저한세를 시행하는 국가에 대해 보복 과세로 대응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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