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재형 기자] 장기간 침체기에 빠져있던 백화점이 내수 회복과 방한객 소비 확대라는 호재를 업고 유통 핵심 채널 지위를 되찾을 전망이다.
관광 소비 트렌드가 도심 백화점으로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수요 악화에 따른 저성장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 면세점업계의 하락세가 맞물리면서 새로운 유통채널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12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 증감률 현황’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백화점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12.2%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9.3%)와 편의점(0.7%)을 웃도는 수치로 오프라인 채널 중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가파른 성장세는 백화점 업계가 주도한 공간 혁신을 비롯해 내수와 글로벌 수요를 동시에 흡수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엔데믹 이후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이 상품 구매에서 문화 체험으로 진화하며 백화점이 새로운 관광 거점으로 부상했다. 명동과 여의도, 잠실 등 주요 상권의 백화점은 단순한 쇼핑 시설을 넘어 K푸드와 팝업스토어 등 국내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과거 쇼핑 목적지가 면세점에 국한됐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개별 관광객이 백화점 내 식품관과 패션 전문관을 직접 방문해 소비하는 빈도가 급증하는 상황이다. 대량 구매객은 줄었지만, 백화점 내 인기 브랜드와 K콘텐츠 팝업스토어 등을 찾는 개별 외국인 관광객이 빈자리를 채우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환율 효과와 상품 구성의 변화도 외국인 매출 비중 확대에 기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원화 약세로 가격 측면 이점이 발생했고, 입점 브랜드에서 차별점을 가져간 부분이 모객력 강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내수 시장에서는 공간 리뉴얼 전략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백화점 업계는 단순 판매 효율보다 소비자가 장시간 체류할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를 늘리는 데 주력했다. 미식, 프리미엄 체험 공간 등을 조성해 소비자를 다시 불러들이는 고강도 체질 개선을 거쳐 반등의 발판을 마련한 모습이다.
최근 시내 면세점들이 수익성 악화로 브랜드 라인업을 축소하거나 사업권을 반납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면세점 업계가 보따리상, 유커 감소와 높은 수수료 부담에 주춤할 동안 백화점은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와 협업해 단독 팝업을 유치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관광 수요 주도권을 가져온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업계 전반의 완전한 회복을 위해서는 점포 간 양극화 해소가 과제로 지적된다. 서울 및 수도권 핵심 점포는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지만, 브랜드 유치 역량이 비교적 뒤처질 수 있는 지방 중소형 점포는 여전히 온라인 커머스와의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의 성장세를 유통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필연적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했다. 온라인이 소비의 주류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전통적인 판매 방식으로는 경쟁력을 잃어가는 시점에 체험 요소를 통해 소비자를 오프라인으로 유인하는 백화점의 전략이 통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막대한 자본 투입이 전제돼야 가능한 모델로 꼽혀 자본력을 갖춘 일부 상위권 점포를 제외하면 적용하기 힘든 방안이라는 점에서 신중론도 제기된다.
한상린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백화점의 가장 큰 무기는 다른 유통채널이 가질 수 없는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는 노력이 소비자에게 전달됐고, 이에 대한 성공 사례도 늘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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