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편의점 앞을 지나다 보면 투명한 찜기 속에서 김을 내뿜는 둥근 빵이 발길을 붙잡는다. 어떤 사람은 이를 ‘찐빵’이라 부르고, 어떤 사람은 ‘호빵’이라 부른다. 겉모습과 맛은 쌍둥이처럼 닮았지만 부르는 이름이 제각각이라 혼동을 빚기도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단어는 가리키는 대상의 범위와 탄생 배경에서 차이가 있다. 겨울 간식의 대표 주자인 호빵과 찐빵의 족보와 숨겨진 차이점에 대해 알아본다.
조리 방식의 이름 ‘찐빵’ vs 상표명 ‘호빵’
엄밀히 따지면 ‘찐빵’이 더 큰 개념이다. 찐빵은 말 그대로 ‘김에 쪄서 익힌 빵’을 뜻한다. 밀가루 반죽에 팥을 넣고 뜨거운 시루나 찜통에 쪄 먹는 방식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반면 ‘호빵’은 1971년 삼립식품(현 SPC삼립)이 내놓은 제품 이름이다. 당시 빵이 잘 팔리지 않는 겨울철 장사를 위해 만든 상품이었다. 호빵이라는 이름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겼다. 하나는 뜨거운 빵을 입으로 ‘호호’ 불어 먹는다는 뜻, 다른 하나는 ‘온 가족이 호호 웃으며 함께 먹는다’는 뜻이다.
호빵은 출시 직후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차가운 빵이 주를 이루던 시장에 집에서 따뜻하게 데워 먹는 방식은 소비자에게 신선하게 다가갔다. 이때부터 ‘호빵’이라는 제품명은 찐빵 전체를 부르는 말처럼 굳어졌다. 정리하면 호빵은 찐빵에 속한다. 하지만 시장 솥단지에서 쪄내는 투박한 손 찐빵을 호빵이라 부르기엔 맞지 않다. 호빵은 공장에서 일정한 모양으로 찍어낸 제품을 뜻하기 때문이다.
바닥에 붙은 ‘종이’ 유무의 차이
눈으로 호빵과 찐빵을 나누는 가장 쉬운 기준은 바닥에 붙은 종이다. 시장에서 파는 옛날 방식 찐빵은 찜기 바닥에 젖은 천을 깔고 그 위에 반죽을 올려 쪄낸다. 그래서 빵 바닥에 아무것도 붙어 있지 않고, 떼어냈을 때 표면이 거칠거나 축축한 느낌이 든다.
이와 달리 공장에서 많이 찍어내는 호빵은 종이를 꼭 붙여야 한다. 기계 위에서 빵이 움직일 때 바닥에 눌어붙는 것을 막고, 포장해서 전국으로 나갈 때 제품끼리 엉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바닥에 얇은 종이를 대고 쪄내기 때문에 바닥 면이 매끄럽고 모양이 일정하다. 요즘은 먹기 편하도록 종이를 붙여 파는 찐빵집도 늘고 있지만, 원래 ‘종이 받침’은 호빵을 대량으로 만들어 팔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었다.
핫케이크 가루로 20분 만에 ‘수제 찐빵’ 만들기
집에서 직접 찐빵을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발효 과정이 까다로운 이스트 대신 마트에서 쉽게 구하는 ‘핫케이크 가루’를 쓰면 조리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재료는 핫케이크 가루 200g, 우유 50ml, 달걀 1개, 팥앙금이 전부다. 먼저 빈 그릇에 달걀과 우유를 넣고 섞은 뒤 핫케이크 가루를 넣어 반죽한다. 이때 반죽이 너무 질척거리지 않고 손에 묻어나지 않을 정도로 농도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 반죽을 알맞은 크기로 떼어내 둥글게 핀 다음, 가운데에 팥앙금을 넣고 터지지 않게 잘 오므린다.
모양을 잡은 반죽은 김이 오른 찜통에 넣고 10분에서 15분 정도 쪄낸다. 뚜껑을 면 보자기로 감싸두면 수증기가 빵 위로 떨어져 표면이 쭈글쭈글해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찐빵은 핫케이크 가루가 가진 달콤한 향과 부드러운 식감이 어우러져, 밖에서 사 먹는 것과는 또 다른 별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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