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국내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었던 전세사기 사태의 충격에서 점차 벗어나는 듯했던 빌라 시장이 다시 급격히 냉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빌라 시장은 거래량·가격·심리 지표가 동반 회복되면서 바닥을 찍고 반등에 성공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잇따른 정부 규제가 발표되자 매수세가 빠르게 꺼지면서 끝없는 하락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올 상반기 서울 연립·다세대주택(이하 빌라) 시장은 확실한 반등 조짐을 보였다. 서울 빌라 매매량은 3월 3024건으로 직전 달보다 31.1% 늘며 2022년 7월 이후 처음으로 월 3000건을 돌파했다.
급기야 6월에는 3719건이 거래되며 회복세를 보였고 실거래가격지수도 3개월 연속 오르며 3월에는 전월 대비 2.05% 상승해 2022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매매수급지수 역시 지난해 말 97.1에서 올해 4월 99.4까지 오르며 수요 우위에 근접했다.
이러한 매매가 회복의 배경에는 아파트 매매·전월세 가격 급등이 있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층이 비교적 저렴한 빌라로 유입되며 시장이 활기를 찾은 것이다.
또한 전세보증 사고가 급감하며 불안 심리가 완화된 점도 시장 안정에 영향을 미쳤다. 정부에서도 비(非)아파트 활성화 정책을 펼치며 빌라 수요 확대에 힘을 보탰다.
수도권에서 전용 85㎡ 이하, 공시가격 5억 원 이하 빌라를 보유한 경우에도 아파트 청약 시 무주택으로 인정되자 빌라 기피 현상도 점차 줄어들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6월 말부터 급변했다. 정부가 ‘6·27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청년·신혼부부 대상 정책대출이 축소된 것이다.
아파트 경매는 활활 불타는데 빌라는 '글쎄'
디딤돌대출은 신혼부부 기준 4억→3억2000만 원, 신생아 가구는 5억→4억 원으로 낮아졌으며 전세자금대출인 버팀목대출도 수도권 신혼부부 기준 3억→2억5000만 원으로 줄어 주요 수요층의 구매력이 흔들렸다.
특히 경매시장에서는 감정가 대비 절반 수준에 낙찰되는 사례가 늘어나거나 입찰자가 0명인 물건도 흔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아파트 경매가 실거주 규제 회피 수단으로 부각되며 경쟁률이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11월 서울 빌라 경매의 평균 낙찰률은 20.6%, 낙찰가율은 79%로 전월 대비 각각 2.6%포인트, 3.9%포인트 하락했다. 평균 응찰자 수도 올해 처음으로 1명대로 떨어졌다.
실제 사례를 보면 양천구 신월동 '에코빌리지' 전용 28㎡는 올해 여러 차례 유찰 끝에 11월 감정가(3억3400만 원)의 절반 수준인 1억6888만 원에 낙찰됐다. 강서구 화곡동 ‘시그니처6’ 전용 26㎡ 역시 네 번 유찰된 후 감정가의 44.1%인 1억4550만 원에 매각됐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빌라는 아파트 대비 자산 가치 상승폭이 크지 않아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기 힘들다"라며 "규제 이후 수요가 더 위축되면서 거래까지 동반 감소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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