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머니=홍민정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경제 연착륙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음에도 비트코인 가격이 9만달러 선 아래로 밀리며 가상자산 시장이 주식 등 다른 위험자산과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통상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확대는 가상자산에 호재로 작용해 왔지만, 이번에는 이 공식이 통하지 않으면서 ‘디커플링(탈동조화)’ 신호라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한때 2.7% 하락하며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9만달러(약 1억2600만원) 선을 내줬다. 이는 전날 기록한 장중 최고가 9만4490달러(약 1억3918만원)에서 적잖이 후퇴한 수준이다. 비트코인 약세에 이더리움(Ether)·리플(XRP)·솔라나(Solana) 등 주요 알트코인도 일제히 동반 하락하며 가상자산 전반이 조정을 받는 모습이다.
주목할 점은 이번 낙폭이 ‘거시경제 호재’ 속에서 나타났다는 점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뒤 경제 연착륙 가능성에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고, 이에 월가 증시는 즉각 화답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97.46포인트(1.05%) 오른 4만8057.75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46.17포인트(0.67%) 상승한 6886.68, 기술주 중심 나스닥 종합지수는 77.67포인트(0.33%) 오른 2만3654.16에 각각 마감하며 일제히 강세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이 약세를 이어가자 시장에선 이를 단순한 단기 조정이 아니라 시장 체질 변화의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업체 팔콘X의 션 맥널티 아시아태평양 파생상품 트레이딩 총괄은 “이번 흐름은 명백한 디커플링(탈동조화)”이라며 “주식 등 전통 위험자산과 비트코인의 상관관계가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비트코인은 지난 10월 초 발생한 대규모 청산 사태 이후 이미 체력이 크게 소진된 상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약 190억달러(약 26조원) 규모 레버리지 베팅이 한꺼번에 청산되면서 강한 매도세가 촉발됐고, 이후 수주일에 걸쳐 이어진 투매가 시장의 기초 체력을 갉아먹었다는 것이다.
기업 차원의 대규모 매수세조차 하락 압력을 막지 못한 점도 눈에 띈다. 이른바 ‘비트코인 고래’로 불리는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 스트래티지는 지난 12월 1일부터 7일 사이 약 9억6270만달러(약 1조3500억원)를 투입해 비트코인 1만624개를 추가 매입했다. 이는 지난 7월 이후 최대 규모의 매집으로, 시장에선 강력한 가격 방어 시도로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비트코인 가격이 9만4000달러선을 지켜내지 못하자 수요보다 구조적인 매도 압력이 우세하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맥널티 총괄은 “이 정도 규모의 매수에도 불구하고 9만4000달러선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구조적인 매도세가 시장 수요를 압도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의 추가 하락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맥널티 총괄은 “다음 주요 지지선은 8만8500달러(약 1억3030만원) 수준으로 보이며, 8만5000달러(약 1억2519만원) 선은 향후 시장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결정적 ‘저지선’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해당 구간에서 매수·매도 세력 간 힘겨루기가 한층 치열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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