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RX는 이달 15일부터 내년 2월 13일까지 두 달 동안 거래수수료를 인하한다. 해당 기간 동안 KRX 거래수수료율은 메이커(지정가 주문) 기준 0.00134%, 테이커(시장가 주문) 기준 0.00182%, 단일가 기준 0.00158%로 현행 단일 수수료율인 0.0022763% 대비 20~40% 낮아진 수준에서 책정된다. 이는 대체거래소인 NXT와 동일한 수준이다.
KRX가 수수료 인하에 나서는 건 NXT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NXT는 올해 3월 출범 직후 거래점유율이 '15%룰'을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 중이다. '15%룰'은 매월 말 기준 NXT의 직전 6개월 일평균 거래량이 KRX의 15%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한 법 규정이다.
NXT의 급성장은 최선주문집행 시스템(SOR)에서 투자자에게 유리한 거래소를 판단하는 결정적인 기준이 '수수료'였기 때문이다. SOR 도입 이전만 해도 유리한 거래소 판단 기준이 호가창의 매수·매도 잔량이나 거래량, 매매체결 가능성 등 다양할 것이란 예상이 있었으나, 결과는 낮은 수수료를 내세운 NXT로 주문이 일방적으로 쏠렸다.
이에 KRX 내부에선 위기감이 고조돼왔다. 실제로 위기는 현실화됐다. KRX의 지난해 전체 영업수익은 6647억원으로 이 가운데 약 85%인 5576억원은 거래수수료, 청산결제수수료 등을 포함한 시장수수료 수입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KRX의 시장수수료 수익은 1160억원으로 전년 동기 1389억원에 비해 16%가량 감소했다. NXT에 점유율을 내주면서 수익이 준 것이다. 이에 KRX는 지난 7월부터 거래수수료 인하를 검토해왔다.
시장에선 KRX의 수수료 인하가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수수료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KRX의 수익구조상 거래량 점유율 하락뿐 아니라 수수료율 인하 역시 수익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NXT의 낮은 수수료에 익숙해져 있는 만큼 이번 수수료 인하로 인한 투자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KRX와 NXT의 경쟁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이 복수거래소 도입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점점 NXT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개별종목에서 NXT의 거래량이 KRX의 거래량 30%를 넘지 못하도록 한 '30%룰'을 1년간 유예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증권가에선 '15%룰'로 인해 축소됐던 NXT의 거래종목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수수료 인하에 이어 KRX가 프리·애프터마켓 거래를 도입할 경우 NXT의 거래량 한도에 여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NXT에서 프리·애프터마켓 거래가 가능한 종목은 코스피·코스닥 합산 629개다. NXT는 3월 말까지 796개로 종목을 넓혔지만, 15% 룰에 막혀 지금은 약 200개가 줄어든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KRX가 프리(오전 7시~7시50분)·애프터마켓(오후 4시~8시)을 도입할 경우 거래 분모가 커져 NXT의 시간외 종목도 다시 확대될 수 있을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RX까지 정규시장 외 거래를 개방하면 전체 거래량이 커져 NXT의 체결 비중이 자연스럽게 낮아진다"며 "지금처럼 15%룰에 걸려 종목이 막히는 상황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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