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차 축소에도 1400원대 고착…원화 약세 구조, 왜 바뀌지 않나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11일 원달러 환율은 1460원대 후반에서 1470원 초반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썰 / 손성은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한미 금리차는 기존 1.50%포인트(p)에서 1.25%p로 좁혀졌다. 교과서적으로는 달러 매력이 줄고 원화 강세로 이어져야 하지만, 최근의 고환율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재의 원화 약세는 단순한 금리차뿐 아니라 해외투자 확대, 기업의 달러 축적 등 구조적 수급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금리차 1.25%로 축소…시장 ‘잠잠’

연준은 1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3.75~4.00%에서 3.50~3.75%로 0.25%p 인하했다. 이에 따라 한미 금리차는 상단 기준 1.25%p로 축소됐다. 고용 둔화와 물가 압력을 고려한 결정이다.

시장 관심은 단연 환율 안정 여부에 쏠린다. 이론적으로 금리차 축소는 원화 수요를 늘려 환율을 낮추는 요인이다. 그러나 1470원 안팎에서 고착된 원달러 환율은 연준 인하 직후에도 큰 변동이 없었다. 11일 오전 11시 기준 환율은 1468원으로, 뚜렷한 하락 조짐은 나타나지 않았다.

◇달러 수급 구조에 발목 잡힌 원달러 환율

최근 고환율 국면은 단순한 금리차의 문제가 아니라 수급 구조 변화가 본질적 요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론상 금리차 축소가 분명 원화 강세 요인이지만, 최근 환율은 달러 수급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어 한미 금리차 축소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달러 강세를 뒷받침하는 미국 경제와 위험회피 심리도 영향이 있지만, 원화 약세는 국내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 증시 호조로 연기금과 개인의 해외자산 비중이 확대되면서 원화 자금이 꾸준히 해외로 유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국내 기업들은 공급망 리스크와 환율 변동성에 대비해 달러 예금을 쌓는 경향이 강화됐다. 달러 수요는 늘고, 시장에 공급되는 달러는 줄어드는 구조가 고착되며 원화 약세를 자극하고 있는 셈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환율은 1460원대 중반을 중심으로 하락할 전망”이라면서도 “거주자의 해외주식 투자를 위한 환전과 수입업체 결제 등 달러 실수요 매수세가 여전히 환율 하단을 견고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고환율 국면 해소, 수급 구조·대외 변수가 좌우

대외 리스크도 원화 약세 요인이다. 중국 경기 둔화는 한국의 교역 환경을 악화시키고, 일본의 엔저 지속은 아시아 통화 전반에 약세 압력으로 작용한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위험회피 심리를 강화하며 달러 선호도를 높인다.

현재의 환율 흐름은 금리 요인보다 구조적 수급 요인과 대외 리스크가 좌우하고 있다. 금리차 축소가 일정 부분 부담을 덜어줄 수는 있지만, 고환율을 되돌릴 만큼의 압도적 요인은 아니다.

결국 향후 환율을 좌우할 핵심 변수는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경로, 국내 달러 수급 상황, 중국·일본 등 주변국 경기 등이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