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임나래 기자] 인공지능(AI)·반도체 등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정부 재정 여력이 약해지는 가운데 도로·철도·터널 등 사회간접자본(SOC) 분야가 민간투자사업에 더욱 의존할 전망이다. 공사비와 금융비용 상승으로 입찰 경쟁이 실종되고 최초 제안자 중심 구조가 굳어지면서 부작용도 커지고 있는 만큼, 요금 적정성·수요 예측·위험 배분 등 핵심 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제도적 보완이 따라야 한다.
◇정부 재정 한계 속 SOC, ‘민투 의존’ 본격화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도로·철도·터널 등 SOC 분야에 정부 재정만으로 투자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워지면서, 민간투자사업을 활용한 인프라 공급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AI·반도체 등 미래 핵심 산업에 대한 정부 재정 수요가 급격히 확대되는 상황과, 고금리 기조에 따른 ‘재정 곳간 긴축’ 흐름을 원인으로 꼽았다.
민간투자 방식이 확대될 경우, 사업 추진 과정에서 민간의 자본력·뛰어난 기술력·운영 효율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안정적 자본 기반과 금융조달 능력을 갖춘 대형 건설사·금융사가 중심이 되는 시장 구조가 공고해질 전망이다.
◇민간 경쟁 실종…고가 요금 부담은 결국 시민 몫
민간투자사업의 본질은 ‘복수 민간의 경쟁으로 효율적·경제적 공공 인프라 공급’이다. 하지만 최근 공사비 급등, 금융조달 비용 상승 등이 겹치며 다수의 사업이 경쟁입찰이 아닌 최초 제안자 단독 방식으로 추진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민간투자 SOC는 통행료·이용료 체계, 수요 예측, 보전 방식, 계약 조건이 얽혀 움직인다. 이 때문에 요금이 과도하게 설정되면 공공성보다 민간의 수익성이 우선돼 이용자 부담이 커지는 한계가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신분당선이 민간사업자가 자금을 투자해 건설하고 일정 기간 운영해 이용료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민간투자 SOC”라며 “높은 요금 논란은 민간투자사업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대표 사례”라고 말했다.
◇질적 전환…투명성·요금 안정 장치가 관건
단순히 민간 자본을 끌어오는 것을 넘어, 공공성과 이용자 부담까지 균형 있게 고려한 ‘질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요금 산정 기준, 수요 예측 검증 등을 더욱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공공이 통제할 수 있는 지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민간투자 확대가 곧바로 ‘요금 인상’이나 ‘이용자 부담 전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공성 장치를 제대로 설계하지 않으면 요금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사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요금 상한·위험 배분·비용 검증 절차를 명문화해 민간과의 협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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