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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주 명단도 못 보는데…무자격 대표가 협상 테이블 앉을 판”
업계가 지적하는 가장 치명적인 독소조항은 ‘가맹점주 명단 비공개’와 ‘검증 절차의 부재’다. 개정안에 따르면 가맹본부는 교섭을 요청한 단체의 구성원이 실제 자사 가맹점주인지 확인할 권한이 명시돼 있지 않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수천 개의 가맹점이 있는 브랜드의 경우, 협의를 요청한 단체에 소속된 사람이 진짜 점주인지 본사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며 “등록 기관에서 검증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본사와 크로스체크 없이 완벽한 검증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는 우려스러운 사례를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모 브랜드의 경우, 가맹점주가 아닌 인물이 점주협의회 임원으로 활동하며 국회에까지 나가 점주를 대표하는 것처럼 행동한 사례가 있었다”면서 “본사가 명단을 확인하지 못하면 이런 무자격자가 협상 테이블에 앉아도 걸러낼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깜깜이 교섭’이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주요 프랜차이즈 본사 실무자들은 법안의 취지에는 일부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부작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협상 대상과 기준이 불명확해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단체 교섭권 도입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우려가 더 크다”며 “점주 단체가 여러 갈래로 난립하게 되면 가맹본부가 누구와 어떤 기준으로 협의해야 하는지조차 불명확해져, 브랜드 운영에 상당한 혼선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이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갈등이 불거지거나, 일부 단체가 과도한 요구를 반복하는 떼쓰기식 협상으로 흐를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제도의 안착을 위해서는 “단체 교섭의 대표성, 절차, 의무 범위를 명확히 마련하고 분쟁 확대를 막을 정부 차원의 세밀한 가이드라인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맹본사와 가맹점은 이미 오래전부터 윈윈(Win-Win)하는 파트너 관계인데, 법이 이를 적대적인 노사 관계처럼 정의해버렸다”며 “본사가 일년 내내 불필요한 협의에 발목이 잡혀 경영 낭비가 심각해지면, 그 피해는 결국 가맹점주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남용 방지책 전무…1년 365일 협상하다 날 샌다”
노동조합법과 달리 ‘교섭 창구 단일화’ 의무가 빠진 점도 경영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다. 프랜차이즈 협회 측은 “가장 좋은 것은 노조처럼 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이지만, 개정안에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며 “대표 단체가 위임을 받아오거나 한 번에 모여서 협상하는 절차 없이, 마구잡이로 요청이 들어오면 본사는 365일 각각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한에 따르는 책임 조항이 빠진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 관계자는 “협의 요청권을 오남용해 다른 선량한 가맹점주에게 피해를 입힐 경우 손해배상을 하거나, 위법한 행위를 한 단체의 등록을 취소하는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요구했으나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본사 경영 위축은 곧바로 가맹점의 생존과 직결된다”며 법안이 초래할 공멸 시나리오를 경고했다. 특히 국내 프랜차이즈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영세 본사들이 감당하기 힘든 행정적, 비용적 부담을 떠안게 되어 줄폐업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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