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국내 반도체 양대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4분기 나란히 사상 최대급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 가격 상승과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본격적인 ‘반도체 슈퍼 사이클’ 초입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은 18조원 안팎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반도체(DS) 부문만 15조1000억원 규모로 전 분기 대비 166% 증가가 예상된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16조2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이 점쳐진다. 양사 합산 영업이익만 3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삼성전자, D램 반등으로 ‘1위 탈환’ 가시화
삼성전자는 3분기 D램 시장 점유율에서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0.6%포인트까지 좁힌데 이어 4분기에는 글로벌 1위 탈환이 유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는 11월 범용 D램 평균 가격이 개당 8.1달러로 2018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AI 서버 증가에 따른 HBM 수요 회복 역시 삼성전자의 수익성 개선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업계는 이 같은 호실적의 배경으로 AI 서버 수요 확대에 따른 메모리 가격 급등을 꼽고 있다.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들이 데이터센터 확충에 나서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은 물론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까지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4분기 범용 D램 가격이 전 분기보다 45~50%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낸드 가격도 AI 대응용 고용량 SSD 수요 증가로 20~25% 상승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범용 D램 생산능력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어 공급자 우위 시장의 주된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여기에 마이크론의 소비자용 메모리 사업 철수 가능성까지 맞물리면서 빈자리를 삼성전자가 채울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 SK하이닉스, HBM3e·HBM4 주도...영업익 16조 전망
SK하이닉스는 HBM을 앞세워 4분기 영업이익 16조2000억원 안팎이 예상되고 있다. 국내외 증권사들이 집계한 컨센서스를 1조~2조원 가량 상회하는 수준으로 매출 30조 원대·영업이익 16조원대가 동시에 예상되면서 또 한 번의 ‘역대급 깜짝 실적’ 가능성이 거론된다.
부문별로는 D램에서 15조원대, 낸드에서 1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이 전망되며 HBM3e와 차세대 HBM4 공급 확대가 실적 레버리지의 핵심으로 꼽힌다. 키움증권은 4분기 범용 DRAM 가격이 전 분기 대비 20%대, 낸드 가격은 한 자릿수 중반대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강화되고 AI 서버용 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호황 국면이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 '슈퍼 사이클' 진입...수요 변수는 여전
업계 안팎에서는 AI 서버 및 데이터센터 투자 붐과 함께 양사의 고성장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HBM과 범용 D램 가격 급등세가 지속되면서 반도체 수익 구조의 체질 개선도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가격 급등이 장기적으로 수요 조정을 부르는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프리미엄 메모리 위주의 가격 인상이 스마트폰·PC 등 세트 수요를 위축시키고 빅테크의 설비투자 속도가 둔화될 경우 2026년 이후 메모리 가격 사이클이 조정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D램·HBM 가격 급등에 힘입어 4분기와 내년 1분기까지 실적 우상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AI 인프라 투자가 어느 시점에서 정상화되느냐, 미·중 기술 규제가 얼마나 강화되느냐에 따라 슈퍼 사이클의 길이와 강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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