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이 '메르세데스-벤츠 미래 전략 간담회(Mercedes-Benz Future Strategy Conference)'에서 비즈니스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제공
11일 업계에 따르면 벤츠는 이달 LG에너지솔루션과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2028년부터 7년간 2조600억원 규모의 배터리를 도입하기로 했다. 최근 2년 동안 네 번째 계약이 성사되면서 양사 간 파트너십은 더욱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은 지난달 13일 한국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 회장,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LG그룹 경영진 등과 연쇄 면담을 진행했다. 국내 기업들이 전장 부품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으면서 배터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차량 모듈 등 다방면에서 협력 범위가 확대되는 흐름과 맞물린다.
벤츠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은 안전성 이슈와도 연결된다. 지난해 8월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로 주변 차량 959대가 피해를 입어 총 38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다.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배터리 결함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사건 이후 벤츠 전기차 안전성 논란이 본격화됐고, 중국산 저가 부품 의존도를 줄이며 한국산 부품 채택을 확대하는 흐름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벤츠와 국내 기업 간 협력 강화는 양측 모두에게 기회가 된다. 국내 기업들은 안정적 물량 확보와 함께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 확대를 기대할 수 있고, 벤츠는 공급망 리스크 축소와 한국 시장 내 브랜드 경쟁력 강화 효과를 얻는다.
벤츠는 2027년까지 글로벌 시장에 40종 이상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전동화 라인업이 대폭 확대되면서 프리미엄부터 엔트리 라인업에 이르는 다양한 세그먼트에서 안정적 배터리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내년은 벤츠 역사상 가장 많은 차량을 선보이는 해가 될 것"이라며 순수전기차(B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전동화 기반 내연기관 차량까지 대대적인 신제품 공세를 예고했다.
벤츠는 한국을 단순한 판매 시장을 넘어 글로벌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격상시키고 있다. 내년 1월 서울에 독일 본사와 통합 운영되는 '아시아 조달 허브'를 신설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배터리부터 인포테인먼트까지 협력 분야를 확장할 계획이다.
한편 벤츠는 그동안 국내 수입차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지만, 최근 테슬라와 BYD 등 신흥 전기차 브랜드의 급성장으로 판도 변화가 진행 중이다. 지난달 수입차 시장에서 테슬라는 벤츠와 BMW를 제치고 판매 1위에 올랐다. 전동화 경쟁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벤츠 역시 한국 시장 지위를 지키기 위한 대응 전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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