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예민해”라는 말로 당신의 정당한 불쾌감을 정신병 취급하는 연인

“너 예민해”라는 말로 당신의 감정을 잘못된 것으로 만드는 연인

연인 사이에서 다툼은 피할 수 없다. 당신은 그의 무례한 언행이나 약속 불이행에 대해 정당하게 항의한다. 당연히 사과가 돌아올 것이라 기대했던 순간, 그는 한숨을 푹 쉬며 당신을 ‘이해할 수 없는 생물’ 보듯 쳐다본다.

“너 오늘따라 왜 이렇게 예민해?” “그냥 농담인데 죽자고 달려드네.” “별거 아닌 일로 사람 피곤하게 만든다.”

이 짧은 문장이 떨어지는 순간, 상황은 기이하게 뒤틀린다. 분명 잘못은 그가 했는데, 어느새 당신은 별일도 아닌 것에 히스테리를 부리는 속 좁은 사람이 되어 있다.

당신은 당황한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내가 생리 전이라 그런가?’, ‘내가 진짜 과민 반응하는 건가?’ 결국 당신은 화를 낸 것에 대해 사과하고, 상황은 종료된다.

이것은 대화가 아니다. 가스라이팅의 가장 흔하고 고전적인 수법인 ‘감정 무효화’ 기술이다. “너 예민해”라는 말은 당신의 입을 막기 위한 재갈이자, 가해자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피해자를 정신 이상자로 모는 가장 비겁한 방어기제다.

논점 이탈의 기술, 행위가 아닌 반응을 공격하라

이 기술의 핵심은 ‘프레임 전환’에 있다. 사건의 본질(A)을 논하는 대신, 그 사건에 대한 당신의 반응(B)을 문제 삼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그가 다른 이성과 지나치게 다정한 연락을 주고받았다(A). 당신은 불쾌감을 느끼고 화를 냈다(B). 정상적인 대화라면 A에 대한 해명과 사과가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교묘한 조종자들은 A를 쏙 빼놓고 B만을 공격한다. “너 자존감이 너무 낮은 거 아니야?” “의부증 있어? 무서워서 사람 만나겠나.”

순식간에 주제는 ‘그의 부적절한 연락’에서 ‘당신의 낮은 자존감과 의심병’으로 바뀐다. 원인 제공자는 심판석에 앉아 당신의 성격을 분석하고 훈계한다. 피해자인 당신은 피고석에 서서 자신이 미치지 않았음을 변론해야 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피해자의 뇌는 심각한 오류를 일으킨다. 자신의 감각 기관을 믿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불쾌함, 슬픔, 분노 같은 감정은 나를 보호하기 위한 경보 시스템이다. 그런데 상대방은 이 경보기가 고장 났다고 끊임없이 세뇌한다.

불이 나서 경보기가 울리는데, 불을 끌 생각은 안 하고 경보기가 시끄럽다고 부숴버리는 격이다. 당신이 예민한 것이 아니라, 그가 당신의 신경을 긁는 짓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절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당신을 ‘예민한 사람’으로 만들어야만 자신의 평화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쿨병이라는 이름의 폭력

우리 사회에 만연한 ‘쿨함’에 대한 강박은 가해자들에게 훌륭한 무기가 된다. 그들은 언제나 차분하고 이성적인 척 연기한다. 반면 당신은 감정적이고 흥분한 상태다. 이 시각적 구도에서 사람들은 차분한 쪽이 옳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는 말한다. “나는 뒤끝 없어.” “그냥 웃고 넘기면 될 일을 왜 키워?” 이 말인즉슨, 자신은 마음이 넓고 쿨한 사람인데 네가 꽉 막히고 답답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자신이 뱉은 무례한 말에 상처받은 사람을 보고도 사과 대신 “예민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쿨한 게 아니다. 그것은 공감 능력이 결여된 것이고, 잔인한 것이다. 소시오패스들이 가장 잘하는 짓이 바로 타인의 고통을 ‘엄살’로 치부하며 무시하는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둥글둥글한 성격’의 실체는 명확하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해도 군말 없이 받아주는 ‘호구’다. 자신의 기분에 따라 함부로 대하거나 약속을 어겨도, “그럴 수 있지”라며 웃어넘기는 감정 없는 인형을 원한다.

당신이 불쾌감을 표현했을 때 그가 “예민하다”고 받아친다면, 그것은 “내 멋대로 하고 싶은데 네가 방해되니 조용히 해”라는 말을 고상하게 돌려 말한 것에 불과하다.

당신은 쿨할 필요가 없다. 내 발을 밟은 사람에게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는 것은 본능이다. 밟은 사람이 사과는커녕 “너는 왜 그렇게 엄살이 심해?”라고 따진다면, 그 사람의 인성이 파탄 난 것이지 당신의 통각이 잘못된 게 아니다.

당신의 레이더는 고장 나지 않았다

이제 “너 예민해”라는 말에 위축되지 마라. 그 말을 듣는 순간, 죄책감을 가질 것이 아니라 분노해야 한다. 그것은 당신의 감정을 난도질하고 존재를 지우려는 폭력이다.

당신의 불쾌감은 정당하다. 당신이 기분이 나빴다면, 그것은 기분 나쁜 일이 맞다. 타인이 당신의 감정을 재판할 자격은 없다. 느끼는 그대로가 팩트다.

상대가 또다시 당신의 예민함을 탓하거든, 단호하게 정정해 주어야 한다.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무례한 거야.” “내 감정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는 네 행동이나 고쳐.”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지 않고 상대의 반응만 탓하는 사람과의 대화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당신의 섬세한 감수성을 ‘정신병’ 취급하는 사람 곁에 머물지 마라.

당신의 그 ‘예민함’은 사실 위험을 감지하는 뛰어난 지능이다. 그 레이더가 ‘이 사람은 위험하다’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경보기를 끄지 마라. 그리고 그 신호를 따라 그 사람에게서 멀어져라. 그것이 당신의 영혼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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