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오늘 통화 예고…태국 총리 "대화할 준비 돼 있어"
(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지난 7월 무력 충돌 후 휴전협정을 맺었던 태국과 캄보디아가 최근 다시 국경지대에서 교전을 벌이자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가 중재에 나섰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안와르 총리는 전날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와 각각 전화 통화를 했다.
안와르 총리는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에 "긴장을 완화하고 사태를 악화시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양국 정상의 개방성과 의지에 감사하다"고 썼다.
그러면서 "말레이시아는 평화적 대화, 국제법에 기반한 해결책, 우리 공동 지역의 안정과 안보를 지키기 위한 강화된 지역 협력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태국과 캄보디아 분쟁의 최종 해결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안와르 총리는 지난 7월 태국과 캄보디아가 무력 충돌을 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양국 평화협정을 중재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0월 자신이 직접 중재한 양국 평화협정이 최근 잇따른 교전으로 무력화되자 또다시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전날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내일 태국과 전화 통화를 하는 일정을 짜고 있다"며 "이번에도 꽤 빨리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끔 하나가 다시 불붙으면 그 작은 불씨를 꺼야 한다"며 "내일 전화할 예정이고, 내가 할 수 있는지 보겠다"고 덧붙였다.
아누틴 총리는 지난 9일 관세 협상 중단을 무기로 캄보디아와의 분쟁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을 에둘러 비판했으나 하루가 지나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락하면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는 "미국 대통령이 연락하면 우리는 대화해야 하고 그가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며 "요청이 들어오고 협상으로 이어진다면 우리는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태국군은 전날 캄보디아와 국경 양 끝 지점을 포함해 모두 16곳에서 교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군은 BM-21 다연장로켓포를 집중적으로 쐈고, 일부는 태국 동부 수린주에 있는 병원 인근에 떨어져 환자와 의료진이 대피했다.
태국군은 캄보디아군이 드론을 이용해 폭탄을 투하하고, 일부 국경 지역에는 전차까지 투입했다고 주장했다.
캄보디아군도 태국군이 포병 사격과 무장 드론을 사용했으며 민간인 주택에 박격포를 쐈다고 맞섰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상대국이 먼저 공격해 휴전 협정을 위반했고, 민간인 지역에도 포탄을 쐈다고 주장하며 서로 책임을 돌렸다.
태국군은 자국 군인 5명이 사망하고 68명이 다쳤다고 밝혔으며 캄보디아 국방부는 자국 민간인 9명이 숨지고 46명이 부상했다고 했다. 또 양국 국경에서 60만명 넘게 대피했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1907년 프랑스가 캄보디아를 식민지로 통치하면서 처음 측량한 817㎞ 길이의 국경선 가운데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지점에서 100년 넘게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5월 소규모 교전을 벌인 양국은 7월에 닷새 동안 무력 충돌을 했고 당시 양측에서 48명이 숨지고 30만명이 넘는 피란민이 발생했다.
이후 지난 10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휴전 협정을 체결했으나 지난달 10일 태국 시사껫주 국경지대에서 지뢰가 폭발해 태국 군인이 다치자 태국 정부는 휴전협정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틀 뒤에는 캄보디아 북서부 국경지대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캄보디아 민간인 1명이 숨졌고, 이달 들어서도 양국은 지난 7일부터 다시 교전을 재개했다.
son@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