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가 만들어낸 지옥도…'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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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가 만들어낸 지옥도…'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연합뉴스 2025-12-11 07:11:00 신고

김의경·장강명·정진영 등 작가 5인 참여…부동산 문제 다룬 앤솔러지

전세사기 희생자 분향소 설치된 대구 전세사기 희생자 분향소 설치된 대구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2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 설치된 대구 전세사기 희생자 1주기 추모 분향소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 대책위원회, 전세사기 대구 피해자 모임 관계자들이 희생자를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2025.5.2 psik@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비바람으로부터 내 몸을 지키고, 고단한 몸을 누이는 공간. 가족과 함께 추억을 쌓고 꿈이 영글어가는 공간.

집이란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삶의 가치를 담는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집값은 치솟고, 제자리걸음인 월급으로 치솟는 집값을 따라잡기는 요원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신혼부부와 사회초년생의 내 집 마련에 대한 꿈을 더욱 짓밟은 사건이 있었다. 2022년 말부터 전국 곳곳에서 불거지기 시작한 이른바 '빌라왕 사태'다.

전세사기는 단순히 계약금을 가로챈 사건이 아니었다.

아늑하고 포근해야 할 삶의 공간을 지옥으로 만든 범죄이자, 부동산 시장의 허점과 부조리한 실상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회적 재난이었다.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현대문학)는 김의경, 장강명, 정명섭, 정진영, 최유안 5명의 작가가 함께 쓴 부동산 앤솔러지다.

작가들은 저마다 삶의 기본 요소인 주거가 흔들릴 때 인간의 존엄성이 어떻게 흔들리는지, 인간성이 어떻게 붕괴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치밀한 취재를 바탕으로 전세사기 피해자의 삶과 고통을 핍진성 있게 그려낸 것이 특징이다.

기자 출신인 장강명과 정진영은 각각 '마빈 히메이어 씨의 이상한 기계'와 '밀어내기'에서 전세사기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현대문학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마빈 히메이어 씨의 이상한 기계'는 '루바토빌'이란 빌라에 사는 입주민들이 전세사기를 겪고 감당해야 하는 고통과 절망을 현실감 있게 보여준다.

'밀어내기' 역시 전세사기 피해를 겪은 신혼부부를 주인공 삼아 절망의 덫에서 허우적거리는 인간 군상을 그려낸다.

두 단편은 '전세'라는 위태로운 시스템과 그 틈을 노린 교묘한 사기꾼의 행태, 가난한 이들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제도적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전세보증보험'이니, '선순위 임차보증금'이니 하는 것들이 피해자의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하고, '낙찰'조차도 피해자를 위로해주지 못하는 현실을 짚는다.

김의경의 '애완동물 사육 불가'는 강아지를 키우며 캣맘 생활을 하는 자매가 집주인의 반대로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을 다뤘다.

작가는 '애완동물 사육 불가'라는 말에서 "집도 없이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주제에 무슨 반려동물을 집에 들이냐"는 조롱의 의미를 읽어내며 집 없는 설움을 단편에 녹였다.

정명섭의 '평수의 그림자'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이 그들의 그림자로 보이는 능력을 지니게 된 은행 대출계 직원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최유안은 '베이트 볼'에서 "사는 것이 아닌 살 곳이, 거주지가 아니라 투자처가 되어버리는 집"의 의미를 묻는다.

저마다 작가들은 부동산과 욕망에 대한 불편한 세밀화를 그려 보인다.

다만 작가들이 어떤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장강명은 '작가 노트'에서 "소설가가 써낼 수 있는 건 정책 대안은 아니다. 시장 진단이나 분석조차 아니다"라며 "전모를 보지 못하고 해답도 모르더라도, 정직하게 쓰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편안한 관념 밖에서 살아 있는 인간과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픽션이 현실에 발을 붙인다는 말을 나는 이렇게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앤솔러지에는 문학의 힘과 역할에 대한 진지한 성찰, 그리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가 담겼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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