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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1kg, 밥으로 팔면 2천 원…위스키 되면 10만 원
가공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 가장 뚜렷한 분야는 주류 시장이다. 광주요그룹의 증류식 소주 화요는 쌀을 고급화해 가치를 높인 대표적인 사례다.
12월 초 기준 한국 도매시장(가락시장 등)에서 거래되는 쌀(일반계, 20kg 단위) 평균 가격은 약 6만 2000원 수준으로, 1kg당 환산 시 3100원 수준이다. 그러나 이 쌀이 발효와 증류 과정을 거쳐 오크통 숙성 단계를 밟으면 가치는 크게 뛴다.
‘화요 X.P(Premium)’은 쌀 100% 원액을 오크통에서 장기 숙성시킨 제품으로, 500ml 한 병의 시중 가격은 9만~17만원 수준이다. 1병 생산에 약 0.5~1kg의 쌀이 들어가 단순 원재료 대비 수십 배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이는 국산 쌀 기반 고급 증류주가 위스키 시장과 경쟁할 수 있는 상품성을 보여준다.
대량 소비처로서의 역할도 확인된다. 원스피리츠의 원소주는 강원도 원주 토토미 쌀을 100% 원료로 사용하며 출시 초기 월 260톤(반년 약 1500톤) 소비를 기록해 지역 재고 해소에 기여했다. 세련된 이미지 전략과 제조 방식 변화가 이를 뒷받침하며, 이후 연간 1만 톤 수매 계획으로 대량 소비처 역할을 확대 중이다.
◇ “300원어치 밥이 4달러 수출품으로”…냉동김밥의 약진
수출 시장에서는 냉동김밥이 쌀 가공식품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냉동김밥 한 줄에 투입되는 쌀밥의 원가는 300~400원 수준이지만, 미국 트레이더조 등 해외 유통 채널에서는 3.99달러(약 5500원)에 판매된다. 가공과 수출 과정을 거치며 원료 대비 약 15배의 부가가치가 발생한다.
경북 구미의 식품기업 올곧은 영하 45도 급속 동결 기술을 적용해 이 시장을 개척했다. 조리 직후의 식감을 유지하는 냉동 기술로 밥의 노화(굳음) 현상을 해결하자, 유통기한 문제로 수출이 어려웠던 쌀밥이 글로벌 상품이 됐다. 지난해 폭발적인 주문량 증가로 해당 기업의 쌀 소비량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쌀을 원물로 수출할 때 겪는 검역 장벽을 가공식품 형태로 우회해 판로를 뚫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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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평균 20% 성장”… 끊어지는 식감, 기술로 잡았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글루텐프리 트렌드는 쌀 가공식품의 또 다른 기회다. 쌀에는 밀가루의 글루텐 성분이 없어 소화가 편하지만, 면으로 만들 경우 찰기가 부족해 뚝뚝 끊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최근 식품기업들은 R&D(연구개발)를 통해 이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샘표는 밀가루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쌀소면 라인업을 통해 연평균 20%의 매출 성장을 기록 중이다. 핵심은 제면 기술이다. 샘표는 쌀가루를 찌면서 반죽하는 증숙반죽 기법을 도입해 탄력 있는 면발을 구현했다. 여기에 5단계 느림보 건조 방식을 더해 소면 특유의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을 살려냈다.
이러한 기술력은 쌀면이 가진 맛과 식감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깼다. 최근에는 100% 국산 쌀을 사용한 신제품을 출시하며 글루텐 섭취를 꺼리는 소비자층을 흡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쌀 가공식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결국 맛과 품질”이라며 “기술적으로 밀가루 제품과 대등한 품질을 확보하자 시장이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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