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엣지 컴퓨팅 스타트업이 ‘기회의 땅’ 베트남의 디지털 인프라 시장에 깃발을 꽂았다. 단순한 소프트웨어 수출이 아닌, 도시 기반 시설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하드웨어와 솔루션을 동시에 공급하는 사례라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스페이스비트(대표 박정태)가 베트남의 디지털 광고 기업 ‘플라이 커뮤니케이션(FLY Communication., JSC, 이하 플라이콤)’과 자사의 핵심 기술인 OBS(Onboard Space) 모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시점은 2025년 12월 초다.
이번 계약으로 스페이스비트의 기술은 베트남 최대 민간 기업인 빈그룹(Vingroup)의 쇼핑몰 내 디지털 광고판 운영에 즉시 투입된다. 국내 스타트업의 원천 기술이 동남아시아 스마트시티 구축 현장의 최전선에 배치되는 셈이다.
계약의 핵심인 OBS는 가로세로 10cm, 1U 규격의 콤팩트한 엣지 컴퓨팅 모듈이다. 크기는 작지만 내부는 고성능 GPU와 RF 통신 기능, AI 연산 장치로 꽉 채웠다. 중앙 서버를 거치지 않고 현장에서 데이터를 즉시 처리(Edge Computing)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베트남 현지 파트너인 플라이콤이 주목한 지점도 바로 이 ‘현장성’이다. 기존 디지털 사이니지는 단순한 정보 송출에 그쳤다면, OBS가 탑재된 광고판은 지나가는 사람을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맞춤형 광고를 내보내거나 운영 현황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통신 환경이 불규칙한 동남아 현지 사정을 고려할 때, 데이터 전송량을 최소화하면서도 고성능 연산이 가능한 엣지 솔루션은 필수적이라는 평가다.
플라이콤은 확보한 OBS 물량을 빈그룹 쇼핑몰 내 디지털 광고판 고도화 작업에 우선 투입한다. 베트남 내에서 빈그룹이 가진 상징성을 고려하면 레퍼런스 확보 측면에서는 최상의 조건이다.
양사의 구상은 쇼핑몰에 그치지 않는다. 향후 베트남 국민 교통수단인 ‘그랩(Grab)’ 차량 내 광고 시스템, 스마트 버스쉘터, 교통관제 시스템 등 도시 인프라 전반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베트남을 넘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 인근 동남아 국가로의 진출도 로드맵에 포함됐다.
다만, 구체적인 계약 규모가 공개되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초기 단계에서 흔히 보이는 ‘비밀 유지 조항’ 탓이라 해도, 시장에 미칠 실질적인 파급력을 가늠하기엔 정보가 제한적이다. 단순 기술 검증(PoC) 수준을 넘어 유의미한 매출로 이어질지는 실제 쇼핑몰 적용 후의 안정성 데이터가 나와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페이스비트 측은 이번 계약을 단순한 부품 공급이 아닌 ‘인프라 구축’의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OBS는 단순한 광고 송출 장비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디지털 인프라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기반 기술”이라며 동남아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전반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동남아시아는 현재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스마트시티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하지만 고온다습한 기후와 불안정한 전력 및 통신망은 정밀 전자장비에 가혹한 환경이다. 스페이스비트의 OBS가 실험실 환경을 넘어 베트남의 거친 현장에서도 고신뢰 통신과 내구성을 증명해낸다면, 글로벌 스마트 인프라 시장에서 ‘K-테크’의 위상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 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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