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글로벌 산업 전반을 뒤흔들며 막대한 자금을 빨아들이던 메타버스 열풍이 불과 몇 년 만에 급격한 쇠퇴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 발표와 각종 유명 스타의 팬미팅, 대학·공공기관 행사 등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새로운 시대가 열릴 거라 기대하던 분위기는 어느덧 사라지고 없다.
메타버스 테마주라면 어마어마한 폭등세를 기록하며 가상 세계 붐을 형성했던 시절과 달리 현재 시장에서는 대부분의 메타버스 자산 가치가 사실상 ‘제로’ 수준까지 추락했다.
한국거래소에서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상장폐지된 ETF 중 상당수가 메타버스 ETF라고 발표했다.
대표적으로 SOL 한국형글로벌플랫폼&메타버스액티브, RISE 글로벌메타버스, ACE 글로벌메타버스테크액티브, HANARO 미국메타버스iSelect, PLUS 글로벌AI 등이 잇따라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삼성자산운용은 ‘KODEX 미국 메타버스 나스닥 액티브’를 ‘KODEX 미국 나스닥 AI 테크 액티브’로 바꿨으며, 기존에 편입했던 로블록스 대신 팰런티어·브로드컴 등 AI 관련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채웠다.
2021년 말 메타버스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하며 급등했던 관련 종목들은 대부분 고점 대비 80~90% 이상 하락했다. 대표 테마주로 꼽히던 자이언트스텝은 2021년 11월 7만7850원까지 올랐으나 이달 10일 기준 93% 이상 빠지며 한 달 내내 5000원 아래를 맴도는 중이다.
심지어 메타버스에 사명까지 걸며 '올인'했던 글로벌 기업 메타(Meta)도 결국 속도 조절에 나섰다.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메타는 내년도 메타버스 예산을 30%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메타버스 올인했던 페이스북까지 '두손두발'
지난달 마크 저커버그 CEO 주재 예산 회의에서 메타버스 사업 감축안을 논의했고, 결국 4년 만에 회사 전략을 대대적으로 정비한다는 신호라고 해석된다.
금융투자업계는 주요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의 가상 토지 가격이 2021~2022년 정점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고 봤다. 대표 플랫폼 ‘더 샌드박스’의 경우 최소 거래가격이 2021년 2.86이더리움에서 지난해 0.13이더리움으로 약 95% 급락했다.
카네기멜론대 연구팀은 "메타버스 플랫폼 내 부동산 시장은 초기 진입자에게만 수익을 안겨준 전형적 버블 구조였다"라며 "초기 참여자들이 필지당 평균 1만5천 달러의 수익을 거뒀는데, 2022년 이후 진입한 투자자 상당수는 큰 손실을 입었다"라고 평가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메타버스 광풍이 너무 짧은 기간 급격히 확장되면서 실질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지 못한 채 버블이 과열됐다고 전했다.
결국 메타버스가 미래 산업으로 다시 부활할지 여부는 AI·VR 기술 발전 속도, 사용자 기반 확대, 비즈니스 모델 재정립 등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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