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의 인수 후보로 거론되던 포스코그룹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를 잇는 신성장 동력으로 해운업을 염두에 두고 HMM 인수 시너지를 검토하던 중 동원그룹이 변수로 등장해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최근 회계법인 등을 대상으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고 HMM 주식에 대한 공정가치 재산정 실사에 착수했다. 산은이 아직 HMM 매각을 공식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보유 지분 35.42%가 위험자산으로 분류돼 결국 매각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인수전에 불을 붙인 곳은 포스코다. 지난 9월부터 자문단을 꾸려 HMM 인수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룹 핵심인 철강 사업과 해운업을 결합해 원자재 수송 안정화 및 물류비 절감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는 판단이 뒤따랐다.
특히 HMM 인수는 포스코 장인화 회장이 강조하는 ‘2코어(Core)+뉴 엔진(New Engine)’ 전략과 맞닿아 있다.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2코어)를 핵심축으로 삼고 세 번째 성장축이 될 신사업(뉴 엔진)을 발굴·육성하는 전략이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물동량이 많은 포스코와의 사업적 시너지나 물류비 절감 효과를 분석하고 있다”며 “HMM 인수가 ‘뉴 엔진’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대우로지스틱스, 2011년 대한통운 인수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2020년에는 물류 자회사 설립을 검토했으나 해운업계 반대로 계획을 접고 직속 물류 사업부를 만들었다. 이듬해 그룹 내 대량화물 유통체제(CTS) 회사인 포스코플로우로 물류사업을 넘기면서 지금의 물류체계를 갖췄다. 즉, HMM 인수 의향을 밝힌 것은 해운업 진출에 대한 변함없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자금력은 포스코의 가장 큰 무기다. 2025년 9월 말 기준 포스코홀딩스의 유동자산은 43조5835억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7조1688억원이다. 현재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산은이 보유한 HMM 지분 가치가 약 7조원 임을 감안하면 현금 동원력은 충분한 수준이다. 이는 HMM의 인수 적격자로 포스코가 꾸준히 거론됐던 배경이기도 하다.
문제는 동원그룹의 등장이다. 2023년 인수전 당시 고배를 마셨던 동원이 최근 재도전 의사를 내비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동원은 포스코와 비교해 자금력은 부족하지만 업계에서 ‘M&A(인수·합병) 강자’로 통한다. 참치캔으로 시작해 수산·식품·포장·물류에 이르기까지 지금의 동원을 만들어내는 데 M&A 성공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HMM 인수는 기존 사업과 시너지는 물론 종합물류기업으로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기회다. 따라서 자금 조달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면 인수전에 적극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포스코는 선행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해운업계의 반발이다. 한국해운협회는 지난 10월 포스코의 HMM 인수 검토에 대해 전면 철회를 요청한 바 있다. 초대형 화주인 포스코가 HMM을 인수할 경우 물동량을 나눠 맡아온 중소 해운사의 수익이 꺾이고, 국내 해운업계 전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책적 변수도 있다. 제철 원료 등 대량 화주의 사실상 지배 법인이 해운업 등록을 신청할 경우, 해양수산부 장관이 정책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반영해 등록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HMM 인수가 포스코의 향후 재무 구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주 리튬 광산·미국 전기로 제철소 사업 등 해외에 조 단위 자금 투자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정작 철강·이차전지 소재 산업의 업황이 좋지 않은 탓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시너지 효과를 검토할 뿐 아직 HMM 인수를 결정하지 않았고, HMM의 매각 여부와 조건도 공식화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동원그룹의 의사나 업계의 우려를 포함한 외부 변수에 대해 논평하긴 이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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