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산업의 은 수요가 여전히 높은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가 예상되면서 국제 은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 가격은 지난 9일(현지시간) 현물 시장(거래와 동시에 대금과 실물이 교환되는 시장)에서 최초로 온스당 60달러(약 8만원)를 넘어섰다.
미국 관세의 영향과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올해 초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금 역시 이번 주 상승세를 기록했다.
금리가 하락하고 미국 달러가 약해지면 금, 은 같은 귀금속으로 자금이 이동하곤 한다.
오는 10일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국 난양이공대학의 여희 추아 교수는 금리가 낮아지면 은행에 자금을 보관하거나 단기 채권을 구매할 이점이 줄어들기에 투자자들이 은 등의 자산으로 눈을 돌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아 교수는 "이는 자연스럽게 은 등의 가치 저장 수단으로 여겨지는 자산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소위 '안전자산'으로의 이동은 사상 최초로 온스당 4000달러를 경신하는 등 최근 몇 달간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주요 원인이기도 했다.
싱가포르 OCBC 은행의 분석가인 크리스토퍼 웡은 금값이 폭등하면서 투자자들이 더 저렴한 대안을 찾는데 따른 '파급 효과'로 인해 은 가격도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금 가격은 50% 이상 상승했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대규모 매입 때문이었다. 백금, 팔라듐 가격도 올해 상승세를 기록했다.
공급을 넘어선 수요
전문가들은 기술 산업의 강력한 수요 역시 은값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이로 인해 은 가격은 올해 들어 2배 이상 급등하며, 금 등의 다른 귀금속보다도 더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싱가포르경영대학의 코스마스 마리나키스 교수는 "은은 단순히 투자 자산일 뿐만 아니라 실제 자원이기도 하다"면서 점점 더 많은 제조업체들이 은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은은 금이나 구리보다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 전기차나 태양광 패널과 같은 여러 제품 생산에 사용된다.
전문가들은 전기차용 첨단 배터리에 더 많은 은이 필요해짐에 따라 전기차 판매 증가가 곧 은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은 생산량 대부분이 납, 구리, 금 등 다른 금속을 주로 채굴하는 광산의 부산물 형태이기에 은 공급을 빠르게 늘리기란 쉽지 않다.
한편 은의 가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정책의 일환으로 미국 정부가 은에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잠재적인 관세 부과에 대한 우려로 미국 내에서는 은을 미리 비축하려는 움직임이 커졌고, 이로 인해 전 세계 다른 지역에서는 은이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에서 제조업, 보석, 투자용으로 사용되는 은의 약 3분의 2가 수입산이다.
마리나키스 교수는 "제조업체들이 공급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을 방지하고자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전 세계적으로 은 가격이 더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몇 달간 은값이 높은 가격대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 금융 불안 시기에 금은 현명한 투자처일까?
- 금융 혼란기에 금은 정말로 현명한 투자일까?
- 미국 달러 가치 3년 만에 최저...트럼프에겐 오히려 희소식?
- 미국의 금리 인상이 나와 상관있는 5가지 이유
Copyright ⓒ BBC News 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