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대책 이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크게 꺾인 가운데, 주식 투자 목적의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한 기타대출이 4년 7개월 만에 주담대 증가폭을 넘어섰다. 부동산 규제로 매매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투자 수요가 금융시장, 특히 주식시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1조9000억 원 증가한 1175조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증가세는 이어졌지만 증가 폭은 10월 3조5000억 원의 절반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7000억 원에 그쳤다. 전월 2조 원 대비 크게 감소했으며 지난해 3월 5000억 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박민철 한국은행 시장총괄팀 차장은 "10·15 대책 이전 증가한 주택거래 영향에도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전세자금 수요 감소 등으로 증가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세자금대출은 지난달 3000억 원 줄며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전 금융권 기준으로도 주담대는 2조6000억 원 증가해 전월 3조2000억 원보다 증가세가 둔화됐다. 다만 은행권 대출 관리가 강화되자 일부 수요가 비은행권으로 이동해 제2금융권 주담대는 1조9000억 원 늘어 전월 1조2000억 원보다 확대됐다.
반면 기타대출은 1조2000억 원 증가해 주담대 증가폭을 넘어섰다. 10월 1조4000억 원보다는 소폭 줄었으나 증가 흐름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박 차장은 "국내외 주식투자 확대 등으로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상당폭 증가했다"며 "주식투자 관련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타대출 증가폭이 주담대를 넘어선 것은 2021년 4월 SK아이이테크놀로지 공모주 청약으로 대출이 급증한 이후 4년 7개월 만이다. 당시와 상황은 다르지만 부동산 규제 강화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자 투자 자금이 주식으로 선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 금융권 기준 기타대출 증가 규모는 1조6000억 원이었고 신용대출은 9000억 원 늘어 전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가계대출 향후 흐름과 관련해 박민철 차장은 "연말연초는 부실채권 매·상각, 상여금 유입 등 계절적 요인으로 증가세가 둔화되는 시기"라면서도 "주택거래가 기조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상황을 계속 유의해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역시 10·15 대책 이전 주택거래량 증가가 시차를 두고 주담대에 반영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방 주담대에 대한 2단계 스트레스 DSR 적용을 내년 6월 말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최근 지방 경기 및 주택가격 양극화를 고려한 조치다. 또 금융위와 주택금융공사는 내년 1월 2일부터 전세대출보증 심사 과정에서 차주 요청 시 최근 6개월 내 감정평가 금액을 주택가격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공신력 있는 시세가 없는 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140%를 일괄 적용해 세입자 불편을 초래해 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실제 가격과 공시가격 격차로 전세대출보증에 어려움을 겪던 세입자 불편이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폴리뉴스 권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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