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인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내년 서울시장 지방선거의 핵심 요인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 "서울의 부동산 정책의 책임은 시장이다"라며 "정부가 어쩔 수 없이 나선 상황"이라고 오세훈 현 서울시장을 겨냥했다.
정 구청장은 10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하며 "공급도 시장 책임이고 그걸 관리하는 것도 시장의 문제인데 (오 시장은) 그 기능을 못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정 구청장은 이어 "그러니까 정부가 개입해서 수요 조절을 한 것"이라며 "이건 사실 응급적인 조치이고 이것에 따라 공급정책이 같이 뒷받침이 돼야 되고 이 두 개를 패키지로 판단해야 된다"고 말해 10.15 대책에 대한 직접 평가는 뒤로 미뤘다.
앞서 정부는 지난 10월 서울 부동산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자 대출규제 등 '수요억제'를 골자로 한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야권에선 그간 집값 상승의 원인을 진보정권의 출범과 연관지으며 정부의 수요억제 기조를 강하게 비판해왔는데, 정 구청장이 이에 대한 '오세훈 책임론'을 주장한 것이다.
정 구청장은 오 시장의 시정에 대한 평가도 글로벌 컨설팅 기업 '커니'의 세계 도시 순위(BCI) 지표를 들어 "(서울은) 10년 전에도 11위였다. 근데 작년에는 11위, 올해는 12위다"라며 "서울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정체되고 있는지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비판적으로 언급했다.
정 구청장은 같은 회사 보고서를 인용해 "서울시 잠재력은 전 세계 2위다. 글로벌 G2가 될 수 있는데 잠재력은 2위인데 현실은 12위"라며 "왜 잠재력은 2위인데 현실은 12위냐? 핵심적인 내용이 '삶의 질이 안 좋다' 이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서울의 잠재력은 세계 최고다. 그런데 행정이 뒷받침이 안 되니 결국 세계 최고가 못 되고 10위권 밖에서 지금 그러고 있는 것"이라며 "행정이 너무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해서 그런 것"이라고 '오세훈 서울시'를 거듭비판했다.
특히 그는 이 같은 '잘못된 행정'의 예시가 한강버스 사업, 종묘 재건축 사업 등 최근 논란이 된 서울시 사업들을 가리키는 것이냐 묻자 "그렇다고 본다"며 "모든 일련의 일들이 과연 시민과 기업이 원하는 일인지 아니면 결정권자가 원하는 일인지 판단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 구청장은 앞서 오 시장이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정 구청장을 향해서만 "다른 주자들과 차별화"된다는 취지로 호평한 데 대해서도 "다른 주자들을 비판하기 위해서 저를 끌어들인 것 같다"고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오 시장은 정 구청장이 다른 민주당 후보군과 달리 서울시 한강버스 사업에 대해 '시간이 흐르면 성공할 사업',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등 평했다고 주장했는데, 정 구청장은 이에 대해서도 "그야말로 자의적인 취사선택"이라고 반박했다.
정 구청장은 "제가 했던 워딩을 그대로 말씀드리면 한강버스는 교통용으로 이미 안 된다는 것이 판단이 끝난 거다, 이걸 고집하면 안 된다, 그러나 막대한 세금이 들어갔기 때문에 이걸 그냥 폐기시키면 매몰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이라며 "관광용으로 이용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투자된 세금을) 천천히 회수하자. 다만 안전 문제는 철저하게 검증하고 해야 된다라고 한 것이 제 워딩인데 '관광용으로는 가능성이 있다' 이것만 (오 시장이) 보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 구청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인근에서 자신의 저서 <성수동> 출간 기념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는 '오 시장을 칭찬해달라'는 사회자 질문에 서울시 '손목닥터 9988' 사업을 언급하며 "걷기 운동을 촉진한 건 전 성동운동걷기연합회장으로서 굉장히 잘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고 하기도 했다.
정 구청장은 또 "(오 시장이) 계엄 때는 계엄에 반대하시고, 나중에 탄핵 관련 입장도 있었고 해서 (그에 대해) 상당히 감사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구청장은 반면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SNS 메시지를 통해 본인을 칭찬한 데 대해선 반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깜짝 놀랐다"면서도 "과거에 시장 시절에 만날 때나 도지사님 할 때나 대표님 하실 때 만날 때마다 제가 잘한 정책을 칭찬을 많이 해 주셨다"고 했다.
이어 "구청이나 시나 행정부 소관이다, 크게 보면. 그리고 행정부 수반은 대통령님"이라며 "때문에 행정부 수반으로서 소속 지자체장에 대해서 칭찬할 수도 있고 비판할 수도 있고 이건 일상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이 이 대통령의 정 구청장 칭찬을 두고 '선거개입'이라고 비판하는 데 대한 반박 취지다. 국민의힘에선 송언석 원내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이 대통령의 칭찬을 두고 "명백한 선거개입이고 관권선거"라며 "대통령이 특정인을 상대로 띄워주기식 메시지를 직접 냈다는 건 명백한 사전선거운동"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정 구청장은 다만 '이 대통령의 칭찬을 과도하게 정치적으로 해석할 건 없다'란 취지 질문에 "그렇다"고 동의를 표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저는 별명이 순한맛 이재명", "조용히 일로 승부하는 그런 것에서 평가하는 것 같다"고 어필해 눈길을 끌었다. 또 그는 '이 대통령의 칭찬으로 당내 견제가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에도 "당연하다"라며 "피할 수 없으면 즐기겠다"고 했다.
정 구청장은 이날 오후 간담회에서도 '명심이 정 구청장에게 간 것 아니냐'라는 질문이 나오자 " 보통 일반 정치인이라면 '그렇다고 본다' 이렇게 할 텐데, 저는 사실 객관적으로 얘기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이 나를) 칭찬한 건 맞고, 이건 예전에도 그렇게 했던 것", "행정부 수반으로서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말씀"이라고 했다.
그는 '순한맛 이재명'이라는 본인 별명에 대한 질문엔 "제가 자주 듣는 별명"이라며 "사이다 기질이 있어야 한다고 얘기 하면서 하신 말이 순한맛", "일만 잘 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재차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과) 같은 점은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로 소문이 있지 않나"라며 "(주변에서) '일잘러' 칭찬도 해주셨다"고도 했다.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