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제약 업계 등에 따르면 WHO는 비만 환자가 GLP-1 의약품을 최소 6개월 이상 장기 투여할 수 있다는 국제 지침을 지난 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기존 단기 체중 감량 중심에서 벗어나 장기 관리 체계로 치료 방향이 전환된 것이다.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오젬픽), 터제파타이드(마운자로), 리라글루티드(삭센다) 등이 권고 대상에 포함됐다.
공공의료 편입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은 내년 1월부터 마운자로를 제2형 당뇨병 환자 대상 국가의료보험에 포함한다. 오젬픽이 이미 급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두 제품이 보험 체계에 편입되면서 중국 비만·당뇨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도 변화의 신호를 보였다. 최근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가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위한 첫 단계 통과에 성공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마운자로를 성인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 보조제로 급여 기준을 설정했다.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가 협상, 건정심 심의를 거치면 빠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보험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시 초기부터 품귀 현상을 빚어온 약물인 만큼, 의료 접근성 확대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하지만 해결 과제도 남아 있다. 글로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WHO는 "2030년에도 혜택을 받는 환자가 10% 미만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가 약가 부담을 낮추기 위한 단계별 가격 전략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비만 적응증 급여 확대는 아직 더딘 상태다. 국내에서도 비만을 단순 미용 목적이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고도비만 환자 중심으로 보험 적용 폭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WHO는 비만 관련 경제 손실이 2030년 3조 달러(약 44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며 동반 질환 관리 비용까지 감안하면 의료 재정에 미칠 영향이 상당하다고 경고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비만 적응증까지 보험이 확대되면 시장 성장성과 환자 부담 완화 효과가 동시에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의약품 시장 전문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27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5%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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