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세븐틴' '르세라핌' 등 인기 K-팝 그룹들이 대거 소속된 'K-팝 최대 기획사' 하이브(HYBE)가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생태계에서 인도를 새로운 전략적 거점으로 삼는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인도 현지 미디어 '인디아 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인도를 단순한 해외 레이블의 거점이 아닌, 인도의 인재와 이야기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허브이자 실험실, 그리고 발판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방 의장은 인구 14억 명의 인도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음악 시장으로 평가하며 "젊은 인구층과 급증하는 디지털 미디어 소비를 특징으로 하며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특기했다. "인도 음악 산업은 현재 인디 음악계의 급속한 성장을 경험하고 있고 이는 제작, 유통, 팬덤 구조의 통합으로 이어지고 있다. 라이브 공연 인프라 또한 활성화되고 있으며, 세계 무대에서 인도의 문화적 위상도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고 톺아봤다.
이런 인도 음악시장의 역동적인 전환기와 시장의 다면적인 특성을 고려할 때 하이브의 '멀티 홈, 멀티 장르(Multi-home, Multi-genre)' 전략을 실제로 구현하고 검증하기에 이상적인 환경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인구 수 기준 세계 최대 국가인 인도는 음악분야에서도 큰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 상공회의소(FICCI)에 따르면 스트리밍 사용자 수가 1억8500만명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시장이다.
K-팝 인기도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2018년 대비 2023년 인도 내 K-팝 음원 스트리밍은 362%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률 확대, 스트리밍 서비스 접근성 향상에 힘입어 K-팝 수요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앞서 하이브는 분석했다.
하이브는 지난 9월 인도 현지 법인 '하이브 인디아'(HYBE INDIA ENTERTAINMENT PRIVATE LIMITED)를 설립했다. 하이브가 해외 본부(HQ)를 설립한 것은 하이브 재팬, 하이브 아메리카, 하이브 라틴 아메리카, 하이브 차이나에 이어 다섯 번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지난 10월 발표한 '인도 한류콘텐츠 소비동향I'(방송·음악)에 따르면 인도 내 인기 K-팝 아티스트의 상당수는 하이브 소속이다.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세븐틴, 엔하이픈, 보이넥스트도어가 인기 K-팝 그룹 명단에 포함됐다.
방 의장은 그런데 "하이브는 모든 시장에 똑같은 성공 모델을 이식하는 공통된 '만능 형태'를 추구하지 않는다. '멀티 홈, 멀티 장르' 전략의 핵심은 검증된 K팝 성공 비결을 바탕으로 각 시장의 문화, 언어, 팬덤의 특성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현지 상황에 맞게 재해석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방 의장은 무엇보다 인도의 다양성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닌 장점으로 판단, 인도의 창작 환경을 "다층적이고 끊임없이 활기 넘치는 창조적 생태계"로 파악하고 글로벌 기업들이 주목하는 "강력한 '용광로'"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가능성들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며, 그 가능성들은 저에게 깊은 설렘과 기쁨을 안겨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K-팝 업계에서 신화처럼 회자되는 빅히트뮤직의 트레이닝 방식이 인도 상황에 맞춰 현지에 도입된다.
방 의장은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젊은 인구층을 가진 나라 중 하나다. 풍부하고 다양한 문화적 환경 속에서 성장한 재능 있는 인재들과 함께하게 돼 기쁘다"면서 "내년 초 전국 오디션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지 상황에 맞춘 다양한 방법을 적용해 최고의 인재를 발굴하는 장기적인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 의장은 '보여주기식 협업'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인도의 독특한 시장과 소비자 특성 때문에 하이브는 한국이나 미국과는 차별화된 접근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또한 인도 시장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캐나다, 미국, 싱가포르, 두바이 등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인도인 커뮤니티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인도 상황에 맞는 방법론을 정립하는 데 시간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이브 인디아에 대해 ▲남아시아 전체는 물론 아메리카와 중동 전역에 퍼져 있는 남아시아 디아스포라를 연결하는 문화 허브 역할 ▲인도의 풍부한 전통 음악 유산을 현대적인 제작 기법을 통해 재해석하는 새로운 음악 실험의 장 ▲인도 고유의 환경에서 탄생한 새로운 비즈니스 솔루션을 수출 등의 계획을 전했다.
이를 통해 하이브 인디아를 글로벌 네트워크의 핵심 거점이자 인도 음악 산업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파트너로 발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 의장은 인도는 항상 자신의 관심 대상이었다고 했다. 특히 그런 관심이 생긴 결정적인 전환점은 팬데믹이 발발한 2020년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2020년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예측 불가능해졌을 때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함께 '다이너마이트'를 발표했다. 세상에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반응은 모든 예상을 뛰어넘었고, 음악의 힘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줬다"면서 이 과정에서 인도가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특히 인도는 스트리밍 횟수가 급증한 국가 중 하나였고, 덕분에 '다이너마이트' 챌린지가 빠르게 입소문을 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고 분석했다.
"당시 저희 팀은 팬데믹 상황 속에서 인도 팬분들의 엄청난 성원에 어떻게 적절히 응답해야 할지 고심했다. 다행히 원격 인터뷰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멤버들이 인도 '아미(ARMY)' 팬분들께 직접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 그 이전, 그 기간 동안, 그리고 그 이후에도 인도 K팝 팬분들은 변함없이 저희에게 아낌없는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셨다"고 고마워했다.
그러면서 "이젠 하이브가 그 사랑에 보답할 때"라고 특기했다.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서두르기보다는 신중하고 단계적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인도 팬분들과 협력해 현지 상황에 맞는 접근 방식을 찾아나갈 것이다. 언제나처럼 팬분들이 가장 믿음직한 길잡이가 돼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방 의장은 마지막으로 하이브 인디아의 미션 '인도의 목소리가 세계의 서사가 될 때까지(WHERE VOICES OF INDIA BECOME GLOBAL STORIES)'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하이브 인디아 사명을 실현하기 위해 현지 아티스트들을 지원하고, 팬들에게 기쁨과 자부심을 선사하는 경험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인디아 투데이는 하이브 인디아의 사명은 오는 12일부터 2026년 1월11일까지 인도 뭄바이 메붑 스튜디오(Mehboob Studios)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의 솔로 전시 '정국: 골든 - 더 모먼츠(Jung Kook: GOLDEN - The Moments)'에서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국의 첫 솔로 음반 '골든'을 기반 삼아 글로벌 팬덤과 연결된다. 발리우드, 인디 음악, 라이브 음악이 교차하는 도시 '뭄바이'에서 펼쳐지는 이 전시는 신중하게 선택된 시작점"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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