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00대 기업 상장사들의 올해 3분기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이 지난해보다 42% 증가하며, 기업 재무 건전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업황 회복이 현금 창출력 상승을 견인했다.
올해 3분기 기준 금융사를 제외한 상장사 237곳의 누적 FCF는 69조6,49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9조539억원 대비 20조5,959억원 늘었다. FCF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투자 등 자본지출을 뺀 수치로, 실제 투자 여력과 배당 가능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상위 기업을 보면 삼성전자는 3분기 FCF가 42.6% 늘어나 19조380억원을 기록했고, SK하이닉스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하며 FCF가 138.6% 상승한 14조39억원에 달했다. 이어 기아가 4조2,659억원, 한국가스공사가 3조9,633억원, HD현대중공업 3조4,552억원, 한국전력공사 2조8,728억원, 현대모비스 2조3,694억원 등으로 뒤를 이었다.
반대로 일부 기업은 FCF가 마이너스로 집계됐다. 현대건설은 -1조4,727억원, LG에너지솔루션은 -1조4,511억원, 두산에너빌리티는 -1조3,064억원, LG디스플레이는 -1조2,106억원을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대비 증가 폭이 가장 큰 기업은 SK하이닉스로, 전년보다 8조1,543억원이 늘었다. 삼성전자가 5조6,919억 원 증가하며 뒤를 이었고, 한화오션은 2조9,231억원 증가했다. 반대로 현대차는 관세 협상 지연의 영향으로 72% 감소하며 1조3,651억원을 기록했고, 현대건설, SK텔레콤, 기아 등도 1조원 이상의 감소액을 나타냈다.
업종별로는 IT 전기전자 업종이 총 29조7,516억원으로 96.1% 증가하며 전체 상승세를 주도했다. 반면 자동차·부품 업종은 3조9,424억원 감소하며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이러한 차이는 업종별 경기 회복 속도와 글로벌 수요 변화, 투자 구조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전기전자 업종은 현금 흐름이 큰 폭으로 늘면서 투자와 기술 개발을 위한 실탄을 확보했다. 특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요 회복과 가격 안정 덕분에 투자 여력뿐 아니라 배당과 주주환원까지 고려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FCF 증가는 단순한 숫자의 증가가 아니다. 기업들이 확보한 여윳돈은 향후 투자 확대, 설비 확충, 연구개발(R&D), 신사업 진출,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전략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모든 기업이 동등한 혜택을 받은 것은 아니다. FCF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기업들은 업종 특성과 투자 구조, 외부 환경 변화로 인해 현금 여유가 제한적이다. 따라서 기업별 전략과 재무 구조에 따라 향후 성장 속도와 안정성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늘어난 여윳돈을 단순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에만 활용하면, 반도체 업황이 꺾이거나 경기 변동성이 커질 때 충격이 클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안정적 재무 구조를 유지하면서 미래 성장 투자를 병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번 통계는 단순히 '숫자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대표 기업들이 반도체 업황이라는 외부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며 현금 흐름을 회복했고, 향후 산업 경쟁력과 기술 혁신을 위한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반도체 업황과 글로벌 수요 변화, 각 기업의 투자 전략이 FCF 활용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 호황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성장으로 연결될 때 한국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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