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2명은 벌금 2천만원씩…법원 "수급사업자 기여 폄하"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단가 인상을 요구하는 하도급업체(수급사업자)와 거래를 끊을 목적으로 해당 업체의 기술 자료를 경쟁 회사에 넘긴 주방 가전기업 쿠첸이 벌금 10억원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윤영수 판사는 10일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쿠첸 법인에 벌금 10억원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제조사업부 전략구매팀장 A씨 등 직원 2명에 대해서는 각각 벌금 2천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넘긴 자료 대다수가 제조 시간을 단축하거나 불량률을 줄이는 등 경제적 유용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자료에 대한 접근권한이 일부 연구소 직원에 한정돼 있었고 해당 직원들은 비밀유지확약서를 작성했던 만큼 쿠첸은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의무가 있었다고 봤다.
이러한 자료가 제3자에게 제공될 경우 수급사업자가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쿠첸 및 직원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거래 종료를 강행하면서 조직적·계획적으로 자료를 유용하고 제3자에게 제공해 죄질이 불량하다"며 "수급사업자들의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투여됐음에도 이 기여를 폄하하고 독자적 기술을 유용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수급사업자의 노력을 빼앗아 기술혁신을 저해하고 법 위반에 대한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원천기술이 쿠첸에서 비롯돼 기술적 가치가 크다고 보긴 어려운 점, 거래가 중단된 이후 소정의 금액을 지급한 점, 쿠첸이 별도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점 등이 참작됐다.
쿠첸은 2018년 3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하도급업체인 B사의 인쇄회로기판 조립체 관련 기술자료를 경쟁 업체에 무단으로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쿠첸은 B사가 납품 단가 인상을 요구하자 거래처를 바꾸기 위해 범행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쿠첸과 B사의 거래는 기술 자료 유출 이후인 2019년 종료됐다.
검찰은 사건을 조사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를 벌여 2022년 11월 팀장급 직원 등과 회사 법인을 기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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