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레이스에서 차의 간격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공기 흐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앞선 차의 뒤에서 발생하는 난류 성분의 ‘더티 에어(Dirty Air)’와, 공력 성능이 온전히 발휘되는 ‘클린 에어(Clean Air)’의 차이는 추월 기회와 타이어 전략, 스틴트 운영 전체를 좌우하는 절대적 요소다.
더티 에어는 앞차가 다운포스를 만들기 위해 공기를 강하게 휘어내며 발생하는 불안정한 난류 흐름으로, 뒤차는 프론트윙과 언더플로어로 유입되는 공기가 흐트러지는 구조적 불이익을 겪는다. 다운포스가 10~40%까지 손실되고, 코너 진입 시 언더스티어가 심해지며 슬립 각 증가로 인해 타이어 표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한다. 브레이크·엔진 냉각 효율까지 약화돼 롱런 구간에서의 관리 부담도 커진다.
이러한 공력 손실은 서킷 레이 아웃에 따라 체감 정도가 큰 폭으로 달라진다. 모나코·헝가리·싱가포르처럼 저속·중속 코너가 빽빽한 ‘트래픽 서킷’에서는 더티 에어의 영향이 극대화된다. 뒤차는 코너 진입부터 탈출까지 클린 에어를 거의 확보하지 못해 예측 가능한 그립을 만들기 어렵고, 타이어 마모가 빠르게 진행된다.
반대로 바르셀로나·스파프랑코샹·실버스톤처럼 고속 구간이 길고 방향 전환이 큰 ‘하이 다운포스 서킷’에서는 다운포스 의존도가 높아 더티 에어가 코너 한 개에서 랩 전체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앞차가 만드는 난류가 플로어 전체에 영향을 주면서 뒤차의 직선 가속, 코너링 안정성, 타이어 열관리 모두가 무너진다. 이와 달리 오스트리아 레드불링·몬자처럼 직선이 길고 코너 비중이 낮은 서킷에서는 더티 에어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다. 이 경우 DRS 효율이 커 추월 가능성이 높아지고, 클린 에어 확보 구간도 길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서킷은 더티 에어의 심각도를 결정하는 첫 번째 변수이며, 팀 전략은 이 조건을 기반으로 스틴트 길이와 타이어 배합을 조정한다.
2022년 그라운드 이펙트 규정은 이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플로어 기반 다운포스를 강화하고 바디워크 난류를 줄였지만, 근접 주행 시 공력 붕괴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를 보완하는 다음 단계가 2026년 F1 규정이다.
새 규정은 차 사이즈 축소, 공력 단순화, 리어윙·프론트윙 난류 최소화, 그리고 ‘액티브 에어로’ 도입을 통해 더티 에어를 구조적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재편된다. 특히 플로어 난류를 감소시키고, 리어윙 난기류를 위로 분산시키는 공력 철학이 적용되면서 뒤차가 받는 불안정한 흐름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FIA는 근접 상황에서 뒤차가 유지할 수 있는 다운포스가 현재 대비 15~25%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타이어 관리 부담을 줄이고 실질적인 추월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변수로 평가를 받고 있다. 즉 클린 에어는 성능을 만드는 흐름이고, 더티 에어는 성능을 앗아가는 흐름으로 서킷은 그 영향을 증폭하거나 완화하는 무대라고 보면 된다.
2026년 규정은 이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또 하나의 실험이며 근접 배틀을 레이스의 중심으로 되돌리려는 FIA의 명확한 의도를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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