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 최근 에쓰오일이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시장 기대를 모았다.
다만 실적 반등 속내를 들여다보면 오히려 구조적 취약성이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정제마진 상승이란 변수에 힘입어 일시 개선된 성적표일 뿐 석유화학 부문 부진과 미래 투자 부담, 낮은 수익성 지표 등 기업 체질 전반 리스크는 여전하다.
연속된 적자 흐름과 낮은 자산효율성, 자본투입 대비 실적 개선 부재 등은 정유 업황 호조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에쓰오일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8조4154억원, 영업이익 2292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전분기 344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점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반전 흐름이다.
정유 부문에서 1155억원, 윤활기유 부문에서 13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석유화학 부문은 여전히 199억원의 손실을 냈지만 전체적으로 이익 구조를 회복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실적 반등 지속 가능 여부를 두고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올해 상반기 에쓰오일은 3655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실적 저하에 시달렸다.
3분기에 이를 어느 정도 만회한 것은 사실이나 상반기 손실 규모를 완전히 상쇄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정유 부문 중심 회복은 정제마진 반등이라는 외부 변수에 크게 의존했다는 점에서 근본적 개선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14~16달러 수준까지 오르며 1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사우디 감산 연장, 중동 정세 불안, 글로벌 항공유 수요 회복 등 공급 요인에 따른 일시적 상승이라는 평가다.
이처럼 예외적 시장 호조에 기댄 실적 반등은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석유화학 부문은 여전히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25년 1~3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졌고 3분기에도 199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정제 연동 원재료 부담은 그대로인데 반해 글로벌 석화제품 수요 부진과 중국발(發) 공급과잉, 제품 스프레드 축소가 동반되며 수익성 악화가 굳어지는 분위기다.
에쓰오일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 내 수익 창출원은 사실상 정유와 윤활 부문에 집중돼 있으며 이마저도 대외 변수에 따라 실적이 크게 좌우되는 구조다.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에 따른 재무 부담도 경고 신호를 내고 있다.
에쓰오일은 약 9조2580억원 규모의 울산 온산국가산단 내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정유 원료를 화학제품으로 전환하는 TC2C(Thermal Crude to Chemicals) 기반 정유-화학 통합 설비 구축이 핵심이다.
공정률은 10월 말 기준 약 85% 수준이다.
해당 프로젝트 완공 시 제품 다변화, 수익성 개선 등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자본지출 확대와 부채 증가 리스크가 우려된다.
문제는 이러한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 수익성 지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에쓰오일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6% 감소한 4606억원, 순손실은 1634억원이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 총자본영업이익률(ROCE)은 –1%로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기업이 보유한 자산과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지표에서 연속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올해 들어서도 3분기 반등 외에는 의미 있는 수익성 개선 흐름은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다.
에너지·환경 트렌드 변화 역시 에쓰오일 구조적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다.
글로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강화 흐름과 탄소 규제는 정유·석유화학 중심 사업 구조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정유설비와 화학공정 비중이 여전히 높은데다 대체 에너지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신규 포트폴리오도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
이 같은 구조는 향후 탄소세 부과, 친환경 연료 기준 상향 등에서 비용 측면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에쓰오일 3분기 실적 반등은 일견 고무적 신호로 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구조적 취약성이 깔려 있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부 환경에 좌우되는 수익 구조, 석유화학 만성 부진, 대규모 투자 등이 병존하는 상황에서 단기 흑자를 실적 안정세로 간주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며 “진정한 체질 개선 없이 실적 등락을 반복하는 구조는 결국 투자자 신뢰 저하와 기업 가치 변동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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