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PO(기업공개) 시장이 지난달부터 회복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내년에는 대형 딜이 대거 예고되면서 '슈퍼위크'를 넘어 '슈퍼이어'가 될 것이란 전망이 자본시장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다. 상장 대기 기업들의 수익성이 견조하고 제도 개편 불확실성도 해소되면서 IPO 시장의 훈풍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내년 IPO 대기 기업들은 업종 스펙트럼이 넓은 데다 규모도 크다. 이미 예비심사에 들어간 기업부터 주관사단을 새롭게 꾸리는 기업까지 상장 절차가 빠르게 가동되고 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곳은 LS그룹의 미국 계열사 에식스솔루션즈다. 지난달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으며, 글로벌 권선(구리선)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테슬라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을 맡았고 상반기 입성을 목표로 한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도 같은 달 예심을 청구하며 'IPO 삼수'에 재도전했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으며, 내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한다.
AI(인공지능) 업계에서는 업스테이지가 KB증권·미래에셋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 준비에 돌입했다. 업스테이지는 지난 8월 브릿지 라운드에서 7,4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몸값 10조 원 상장을 노리며 시장의 관심을 가장 크게 받고 있다. 대표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 공동 주관사는 KB증권·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JP모간이다. IB 업계는 "무신사가 이제 본격적인 상장 전략 수립에 착수했다"고 설명한다.
이 밖에도 SK에코플랜트, HD현대로보틱스(몸값 약 1조8,000억 원) 등 중대형급 후보군들이 주관사 선정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어 내년 IPO 라인업은 사실상 조기 완성된 분위기다.
IPO 시장의 분위기는 지난 7월 기관투자자 락업(의무보유확약) 강화 제도가 시행된 이후 급속히 냉각됐다. 기관의 단기 차익 거래를 막기 위해 '배정 물량의 40% 이상을 15일 이상 보유하겠다'는 기관에 우선 배정하도록 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다만 해당 규정이 올해 말까지 30%로 완화되면서 기업들이 미뤄왔던 증권신고서 제출을 재개했고, 11월부터 시장은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 IPO 시장은 지난달에 이어 호황을 지속할 것"이라며 "전형적 성수기이자 규제 부담 완화로 대기 기업들이 속속 상장 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내년에도 IPO 시장의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대형 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상장 기업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양호하고 공모 시장에 대한 수요도 살아 있다"며 "대형 이슈어(발행기업)의 상장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시장의 온기는 내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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