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영화배우 김지미가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향년 85세로 별세했습니다. 영화계에서는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주관의 영화인장 준비에 착수했습니다.
10일 한국영화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지미는 최근 대상포진 바이러스 감염으로 투병 생활을 하다가 현지시간 9일 미국 LA에서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건강이 급격히 악화된 이후 회복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1940년 충청남도 대덕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7년 덕성여고 재학 당시 김기영 감독에게 발탁되어 '황혼열차'로 스크린에 데뷔했습니다. 당시 열일곱의 나이로 영화계에 입문한 그는 이듬해 멜로드라마 '별아 내 가슴에'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뛰어난 외모와 연기력으로 단숨에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은 김지미는 1960년대와 1970년대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톱스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한국의 엘리자베스 테일러', '동양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라는 별명은 그의 화려한 미모와 매혹적인 연기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식어였습니다. 그는 1990년대까지 무려 70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한국 영화사에 지울 수 없는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대표작으로는 '불나비', '춘희', '토지', '길소뜸', '을화' 등이 있으며, 특히 1965년 작품 '불나비'에서 펼친 팜므파탈 연기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으로 꼽힙니다.
김지미는 스크린 밖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1986년 영화 제작사 '지미필름'을 설립해 '티켓'을 시작으로 총 7편의 영화를 제작했으며, '마지막 황제'와 '로보캅' 같은 할리우드 대작을 국내에 수입·배급하며 탁월한 사업 수완을 보여주었습니다. 1995년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 1998년 스크린쿼터 사수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1999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며 한국 영화 산업 발전에 헌신했습니다.
고인의 연기력과 공헌은 수많은 상으로 입증됐습니다. 백상예술대상, 청룡영화상, 대종상 등 국내 주요 영화제에서 수십 차례 수상했고, 파나마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비롯한 국제 무대에서도 인정받았습니다. 2010년에는 '화려한 여배우'라는 명칭으로 영화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으며, 2019년에는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의 아름다운예술인상(공로예술인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김지미의 사생활 역시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네 차례의 결혼과 이혼은 당대 연예계의 화제였습니다. 1958년 18세의 나이에 영화감독 홍성기와 첫 결혼을 했으나 1962년 이혼했고, 이후 배우 최무룡과의 염문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최무룡의 전 부인인 배우 강효실에게 위자료를 지급한 후 최무룡과 재혼했지만 1969년 결별했습니다. 1976년부터 1982년까지는 가수 나훈아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으며, 1991년 의사와 네 번째 결혼을 했으나 2002년 이혼했습니다.
은퇴 후 김지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에 거주하며 여생을 보냈습니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한국 영화 황금기를 이끈 전설적인 배우가 떠나 안타깝다"며 애도를 표하고 있습니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는 협회 주관으로 영화인장을 준비 중이며, 유족과 장례 절차에 대해 협의하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사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던 김지미의 마지막 길을 영화인들이 함께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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