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원로배우 김지미 씨가 대상포진으로 건강이 악화된 후 별세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면서, 고령층에게 특히 치명적일 수 있는 대상포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상포진은 흔히 단순한 피부 질환으로 오인하기 쉽지만, 사실은 신경계를 침범하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며, 심한 통증과 함께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상포진은 우리가 어릴 적 앓았던 수두를 유발하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수두가 완치된 후에도 이 바이러스는 우리 몸의 감각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저하되는 순간 다시 활성화되어 신경을 따라 이동하며 피부에 발진과 물집을 일으킨다. 특히 나이가 많아지는 고령층, 당뇨나 암 같은 만성 질환자, 그리고 과도한 스트레스와 과로를 겪는 사람들에게서 면역력 저하가 두드러지면서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될 위험이 커진다.
대상포진의 초기 증상은 감기 몸살이나 근육통과 비슷하게 나타날 수 있는데, 발진이 나타나기 4~5일 전부터 피부절을 따라 통증, 압통, 따끔거리는 감각 이상이 먼저 발생한다. 이후 몸의 한쪽 편에만 국한되어 붉은 발진이 나타나며, 곧이어 팥알 크기의 물집(수포)들이 띠 모양으로 줄을 지어 발생한다. 이 물집은 2~3주간 지속되다가 딱지로 변하며 회복되는데, 가장 특징적인 것은 “칼로 찌르는 듯하다”, “불에 타는 듯하다”고 표현될 만큼 극심한 통증이 동반된다는 점이다.
대상포진에서 가장 흔하고 무서운 합병증은 바로 대상포진 후 신경통입니다. 이는 피부 발진이 사라진 후에도 통증이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지속되는 만성 통증 질환이다. 특히 고령 환자나 급성기 통증이 매우 심했던 환자일수록 신경통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아진다. 옷이 스치거나 가벼운 바람만 불어도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이질통은 일상생활을 심각하게 방해하며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또한, 바이러스가 신경을 따라 눈 주변을 침범하면 시력 저하나 실명까지 초래할 수 있고, 귀 신경을 침범하면 청력 손실이나 안면 마비와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통증과 발진 증상이 의심될 경우 즉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대상포진은 치료 시기가 예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증상 발생 후 72시간(3일)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조기 치료는 바이러스의 확산을 억제하고, 급성기 통증을 완화시키며, 가장 두려운 합병증인 신경통으로의 진행 가능성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무엇보다 대상포진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50세 이상 성인이라면 과거에 대상포진을 앓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백신 접종이 적극적으로 권장된다. 설령 백신을 맞더라도 대상포진에 걸릴 수는 있지만, 발병하더라도 그 증상이 경미하며 신경통으로 이행될 위험을 크게 줄여준다.
평소에는 규칙적인 생활 습관, 영양가 있는 식사,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통해 면역력을 굳건히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고령이거나 면역력이 약한 분들은 통증 초기 증상을 단순하게 여기지 말고, 몸의 한쪽에 띠 모양의 통증이나 발진이 나타나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으셔야 심각한 후유증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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