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통령실의 청와대 복귀가 시작된 가운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해 제기돼 왔던 무속신앙과 연루설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는 외신의 보도가 나왔다.
10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한국은 큰 비용이 들었던 대통령실 이전을 되돌려 청와대 복귀 결정을 내렸는데, (이 결정이) 탄핵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여겨지는 미신 문제를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윤 전 대통령이 당선 직후 청와대에 절대 들어가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 용산에 위치한 국방부 청사를 새 대통령실 집무실로 정했고, 이 때문에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및 다른 군부대들이 대통령 참모들을 위해 시설을 비워야 해 수천만 달러의 세금이 낭비됐다"라고 전했다.
신문은 용산으로의 대통령실 이전이 안보에 대한 우려를 가져왔는데, 실제 2023년 1월 북한 무인기가 대통령실 주변 비행금지구역을 비행했고 그해 4월 미 정보기관의 유출 문건에 근거해 미국이 한국 고위 관리들의 대화를 도감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면서 청와대보다 취약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문은 윤 전 대통령이 용산으로 이전할 때 국민들과 더 가까워지기 위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6개월 만에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인 도어스테핑을 중단했고 MBC 기자와 질의응답 과정에서 갈등을 보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외국 고위 인사들을 접대할 만한 적절한 장소가 없어 윤석열 정부는 청와대 영빈관을 재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세금 낭비에 대한 추가 비판을 불러왔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이런 와중에 "윤 대통령 부부는 한남동에 있는 외교부 장관 관저를 사용했는데, 이들의 거주지와 대통령 집무실 위치에 대해 무당과 점쟁이들이 조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고 전했다.
신문이 거론한 보도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의 녹취록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명 씨의 공천 개입 의혹 녹취록에 따르면, 대선 직후인 2022년 3월 명 씨는 지인과 통화에서 "경호고 나발이고 내가 (김건희 여사에게) 거기(청와대) 가면 뒈진다 했는데, 본인 같으면 뒈진다 하면 가나?"라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역술인 천공이 한 강연에서 "청와대에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 귀신이 많아 잘못 갔다가는 귀신 붙는다"고 말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그가 용산 이전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23년 7월 경찰 수사를 통해 천공이 아닌 풍수지리 전문가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가 방문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목포대학교 하상복 교수는 신문에 "많은 한국인들에게 윤 대통령의 집무실 이전은 설득력이 부족했고, 미신이 이 같은 결정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라며 "미신적 믿음 때문에 대통령실을 이전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학과 이재묵 교수는 신문에 윤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은 성급한 선택이 역효과를 낸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단 하루도 머물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서둘러 내린 결정인데, 많은 사람들은 그가 계엄령 선포를 준비하며 군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방부에 가까이 머물고 싶어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 교수는 국회의원들에게 차기 대통령이 임기마다 청와대를 이전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며 "장기적으로는 수도권 혼잡을 완화하기 위해 청와대를 세종시로 이전할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윤 전 대통령은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청와대를 옮긴 대통령"이라며 "비평가들은 용산으로의 이전과 현재 복귀 등 두 차례의 이전으로 약 1300억 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통령실의 청와대 이전은 지난 9일부터 본격화됐다. 연내 모든 업무시설이 청와대로 이전되며, 관저 이전의 경우 보안과 경호 등의 문제로 인해 내년 초에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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