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로 접어드는 시기는 과수 농가가 한 해 결실을 점검하는 때다. 올해 국내 포도 시장은 가격 하락과 소비 위축으로 침체가 이어졌지만, 해외에서는 다른 흐름이 나타났다. 한동안 평가가 낮아졌던 '샤인머스캣'이 수출 시장에서 다시 관심을 얻으며 분위기를 바꿨다.
해외 주문 몰린 거창 '샤인머스캣'
거창 지역 포도 농가 상황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서북부 경남거점산지유통센터에서 고당도 샤인머스캣 선적 작업이 진행됐고, 첫 물량 8톤이 대만행 컨테이너에 실렸다. 앞으로도 약 10~15일 간격으로 출하가 이어질 예정이며, 누적 40톤 규모로, 금액으로는 약 3억 원 수준이다.
거창 샤인머스캣의 해외 반응이 좋은 이유로는 당도 편차가 작고 품질 관리가 안정적으로 유지된 점이 꼽힌다. 16브릭스 이상 기준을 꾸준히 지키고 출하 전 단계에서 선별을 강화해 온 것이 수출 경쟁력을 높였다. 협력 수출업체에서는 대만 시장에 맞춘 홍보를 지속하며 판매 기반을 확보했다.
국내 시장은 정반대 흐름인 '샤인머스캣'
수출이 활기를 보이는 것과 달리, 국내 포도 농가는 여전히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에 따르면 11월 기준 샤인머스캣 2kg 소매가는 1만 원대 초반으로 나타났다. 몇 해 전 5만~6만 원에 판매되던 상품이 동네 마트 포도보다 낮은 가격대에 형성된 셈이다. 가격 하락의 근본 원인은 공급 쏠림이다.
2017년 4% 수준이었던 샤인머스캣 재배면적이 5년 만에 40%를 넘겼고, 이 과정에서 포도 공급량이 급격히 늘어 제값을 받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됐다. 여기에 크기 경쟁도 문제를 악화시켰다.
샤인머스캣은 송이 무게가 500~600g 정도일 때 당도와 맛이 가장 안정적이다. 그러나 일부 농가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800g 이상 키우는 방식으로 관리하면서 맛이 떨어지는 사례가 발생했다. 겉모습만 보고 구매한 상품이 예상보다 맛이 떨어지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소비자 신뢰도 낮아졌다.
다시 반등하려면 필요한 조건
국내 시장은 이미 가격 하락과 품질 신뢰 저하가 이어지고 있어 단기간에 반등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향기·식감·당도 균형을 유지하려면 송이 손질, 수분 조절, 병해 관리까지 세심한 작업이 요구되지만, 현재처럼 대량 출하 중심 체계에서는 이를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농업 전문가들은 품종 자체의 잠재력에 의미를 두고 있다.
샤인머스캣은 당도 형성 능력, 저장성, 씨가 거의 없다는 점 등 소비자 선호 요소가 뚜렷하다. 품질 중심 재배로 다시 전환된다면 프리미엄 과일군에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견이 많다. 거창군은 수출 기반 확장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2026년 포도 수출 검역 단지 지정을 추진하며 생산·선별·저장 체계를 개선하고, 대만에 이어 미국 등 새로운 시장에도 접근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가격 하락으로 소비 접근성이 낮아졌고, 품질 관리가 잘된 물량부터 다시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수출 시장에서 상승 흐름이 확인된 만큼 생산 구조를 조정하고 재배 기준이 안정되면, 샤인머스캣이 다시 국내 과일 시장에서 다시 평가받을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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