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아이돌봄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는 공급 부족과 서비스 품질의 불균형이다. 교사의 숙련도에 따라 아이가 경험하는 돌봄의 질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은 플랫폼이 해결해야 할 난제였다. 아이돌봄 플랫폼 ‘째깍악어’(운영사 커넥팅더닷츠)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이 격차 해소에 나섰다. 교사의 개인 역량에 의존하던 놀이 수업을 데이터 기반의 ‘기술’로 보완하겠다는 전략이다.
커넥팅더닷츠는 8일 아동별 맞춤형 놀이를 교사에게 자동 제안하는 AI 추천 엔진 ‘케어 인텔리전스(Care Intelligence)’를 공개하고 본격적인 서비스 적용을 알렸다.
이번에 선보인 시스템의 핵심은 ‘초개인화’다. 부모가 돌봄을 신청하면 AI가 아동의 연령, 성향, 선호 활동, 그리고 부모의 요청 사항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교사에게 최적화된 세 가지 놀이 계획을 즉시 제안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놀이 목록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째깍악어 아동창의연구소가 지난 9년간 축적한 돌봄 데이터와 현장 피드백을 학습한 이 엔진은 ▲아이 성향별 접근법 ▲발달 영역에 따른 기대 효과 ▲상황별 대화 스크립트 등 디테일한 가이드를 함께 제공한다. 교사는 수업 전 별도의 준비 없이도 아이 특성에 맞는 커리큘럼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위기 관리’ 기능이다. 형제나 친구가 함께하는 그룹 놀이 방법이나 돌봄 중 발생할 수 있는 갈등, 불안 상황에 대한 대처 가이드까지 포함했다. 이는 현장 경험이 부족한 초보 교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을 기술적으로 보완한 장치로 풀이된다.
째깍악어가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한다.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봄 실태조사에 따르면, 돌봄 교사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아이의 흥미 유발’(40%)과 ‘수업 준비’(22%)였다. 수업 준비에 대한 부담은 신규 교사의 진입을 막고 활동 지속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회사 측은 이번 기술 도입이 교사의 업무 부담을 덜어 공급 부족 문제를 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메타데이터 자동 태깅과 전문가 검증(Human-in-the-loop) 과정을 거쳐 생성된 1만 1천여 종의 놀이 콘텐츠는 현장 실증 테스트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테스트에 참여한 교사 A씨는 “아이 성향에 딱 맞는 놀이가 추천되니 준비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었다”며 “처음 만나는 아이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수업을 풀어나갈지 가이드가 명확해져 심리적 부담이 덜하다”고 평가했다. 교사 개인의 감이나 경험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표준화된 돌봄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이번 업데이트에서는 째깍악어의 자체 캐릭터인 ‘째깍이’의 활용도 두드러진다. 1만 1천여 종의 놀이 콘텐츠 이미지에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현재는 교사용 화면에만 적용되지만, 커넥팅더닷츠는 향후 보호자용 리포트, 아동 참여형 콘텐츠, 디지털 학습 도구 등으로 캐릭터 노출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일관된 IP(지식재산권) 경험을 제공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겠다는 셈법이다.
커넥팅더닷츠는 단순 매칭 플랫폼을 넘어 ‘전문가용 툴’로서의 진화도 예고했다. 교사가 AI 추천 결과 외에도 전체 콘텐츠를 탐색하고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해, 교사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째깍악어의 행보를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닌 ‘라이프사이클 케어테크’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술 검증 단계로 해석한다. 커넥팅더닷츠 관계자는 “교사 간 경험 차이로 인한 품질 편차를 기술로 보완해 안정적인 돌봄 구조를 만들었다”며 “아이돌봄에서 쌓은 데이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니어, 반려동물 케어까지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플랫폼 노동의 특성상 서비스 제공자(교사)의 품질 관리는 언제나 난제였다. 째깍악어의 이번 시도는 '사람'에 의존하던 품질 관리를 '시스템'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AI가 추천한 놀이법이 실제 예측 불가능한 돌봄 현장에서 얼마나 유연하게 작동할지는 지속적인 데이터 업데이트와 고도화에 달렸다. 기술이 현장의 변수를 얼마나 줄여줄 수 있을지, 시장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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