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악연①]  임은정 검사와 백해룡 경정의 악연은 ‘검찰과 경찰 갈등’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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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악연①]  임은정 검사와 백해룡 경정의 악연은 ‘검찰과 경찰 갈등’ 뿌리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12-10 09:23:00 신고

 

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합동수사단(합수단)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한 9일, 한국의 형사사법 시스템은 전례 없는 내부 분열을 드러냈다. 의혹의 폭로자였던 백해룡(55) 경정과 수사단의 지휘자인 임은정(51) 서울동부지검장이 서로를 향해 공개적으로 '사건 은폐 세력' 또는 '국가적 피해를 초래한 실수'라 규정하며 격렬한 장외 공방을 벌였기 때문이다.

 이들이 수사를 위해 강제로 한 울타리 안에 갇혔던 순간부터 충돌은 예견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 개혁의 상징으로 불렸던 임은정 지검장과, 전임 정권의 고위직 연루 의혹을 제기하며 ‘내부 고발자’ 역할을 자처했던 백해룡 경정의 만남은, 단순한 개인 간의 감정 싸움이 아닌 검찰과 경찰의 오랜 제도적 불신이 폭발한 결정적인 파국이라는 지적이 많다.

 비극적 합동: 실패할 운명이었던 수사단

 합수단은 애초부터 이재명(62) 대통령의 공개 지시로 이례적으로 꾸려졌다. 윤석열(64) 정부 시절 불거진 마약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은 “더 이상 외압 때문에 수사를 못했다는 국민적 오해가 없도록” 백해룡 경정을 수사팀에 파견토록 지시했다. 이는 경찰과 검찰 간의 뿌리 깊은 불신을 해소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지 않도록 엄정 수사를 진행하라는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결과였다.

그러나 백 경정은 합수단 출범 초기부터 이를 ‘불법 단체’라 규정하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자신이 최초 수사했던 마약 게이트 의혹을 검찰이 덮은 위법 사실을 파헤치는 것이 본래 목표라고 주장했다.  그는 합수단 구성에 사건 은폐에 연루된 검찰 인사가 포함되어 있다며 명단 공유를 요청했지만 임은정 지검장이 이를 악착같이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임은정 지검장 측은 백해룡 경정이 자신이 의혹을 제기하고 수사 책임자였던 사건을 재수사하는 것은 ‘셀프 수사’ 소지가 있으며, 수사 기관 종사자로서 공정 의무와 회피 의무가 있는 사건 관계자의 ‘자기 수사’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동부지검은 이 점을 백해룡 경정에게 구두와 공문으로 수차례 주지시켰다. 그러나 백해룡 경정은 “저는 이 마약 게이트의 이해 당사자가 아니다. 수사를 최초 시작했던 수사 책임자였다”며 검찰의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백해룡 경정은 실질적인 수사권을 행사하기 위해 팀원 선발 권한과 최소 스물다섯 명 이상의 팀원을 달라고 요청하며 파견 초기부터 동부지검과 마찰을 빚었다. 심지어 임은정 지검장이 백해룡 경정에게 전결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논의했을 때도 백해룡 경정은 “전결권은 원래 경찰 형사과장이면 갖는 권한인데 임은정 지검장이 무슨 권한으로 주냐”며 임은정 지검장의 행위를 ‘언론 플레이’라고 비판했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의 불신은 수사 기간 내내 지속됐다. 백해룡 경정은 임은정 지검장을 향해 “소통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했다. 그러나 백행룡 경정은 임은정 지검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자신의 수사 의지를 언급한 것을 ‘언론 플레이’로 저격하기도 했다. 임은정 지검장이 "야근할 기세로 열심히 수사할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비꼬듯 말하자, 백해룡 경정은 검찰 측이 간이침대 비용 지원을 거부한 사실을 밝히며 개당 16만 8,500원씩 다섯 개를 사비로 샀다고 폭로했다. 임은정 지검장이 검찰 개혁의 상징임에도 백해룡 경정이 그녀를 믿지 못한다는 사실은, 경찰과 검찰 간의 오랜 제도적 불신이 개인의 성향을 넘어 구조적 문제였음을 방증했다. 그간 백해룡 경정 팀은 수사관 다섯 명에서 세 명으로 줄어드는 등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증거의 붕괴: 말레이시아어의 배신과 절차적 실수

 두 사람의 ‘악연’이 폭발한 것은 합수단이 마약 밀수범들의 최초 진술에 근본적인 절차적 오류가 있었다고 판단하면서부터였다.

 백해룡 경정이 이끈 초기 경찰 수사는 2023년 1월 말레이시아 국적의 마약 운반책들이 밀수 과정에 ‘세관 직원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진술했다는 점에 근거를 두었다. 이 진술은 백해룡 경정의 ‘수사 외압’ 주장과 ‘마약 게이트’ 의혹의 핵심 근거가 되었다.

그러나 합수단은 9일 중간 수사 결과를 통해 세관 연루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하며, 세관 직원 전원을 무혐의 처분했다. 합수단은 경찰이 촬영한 인천공항 실황 조사 영상 분석에서, 밀수범들 간에 말레이시아어로 허위 진술을 종용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포착했다고 밝혔다. 영상 속에서 피고인 A는 피고인 B에게 말레이시아어로 “그냥 연기해. 영상 찍으려고 하잖아. 지금은 그게 중요해”라거나 “솔직하게 말하지 말라고. 나 따라서 이쪽으로 나갔다고 해”라고 명확히 지시하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한다.

 이 결정적 증거는 최초 수사 단계에서 확보된 '세관 직원 도움 진술'이 마약 밀수 조직원들 간의 공모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을 입증하고 있다. 합수단은 조사 과정에서 마약 밀수범 전원이 “세관 직원의 도움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을 번복했고 , 이들이 주고받은 편지에서도 '세관 관련해서는 기억이 안 난다'는 내용이 확인되었다는 점을 무혐의 처분 배경으로 설명했다.

 합수단은 허위 진술 조작이 가능했던 배경으로 백해룡 경정 팀의 치명적인 절차적 실수를 지적했다. 경찰은 실황 조사 시 통역인 없이 수사를 진행하거나, 말레이시아어 통역 대신 중국어 통역을 대동하는 실수를 범했다. 이로 인해 말레이시아어로 이루어진 피의자들 간의 은밀한 허위 진술 모의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고 , 두 개 언어(말레이시아어 포함)가 가능한 피고인 A가 진술 통역 역할까지 맡는 상황이 발생했다.

 합수단은 “경찰은 말레이시아어로 짜여진 허위 진술을 믿고 이를 토대로 세관 직원들의 마약 밀수 가담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서도 합수단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합수단은 브리핑 연기 및 보도자료 수정 지시가 경찰 공보규칙에 따른 적법한 업무 지시였으며, 사건 이첩 검토 지시 역시 경찰 내부 규정에 따른 적법한 지시였다고 밝혔다. 합수단은 또한 세관 직원의 마약 밀수 가담 자체가 인정되지 않아 외압을 행사할 동기나 필요성이 없었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공수처 카드와 검찰 압수수색: 절차적 무기화

 합수단의 발표는임은정 검사와 맞짱을 뜬 백해룡 경정에게는 결정적인 ‘패배’로 작용했다. 그는 이 결과를 검찰의 ‘사건 덮기’라 규정하고 즉각적으로 절차적 반격을 개시했다. 백해룡 경정은 “검찰이 사건을 덮은 증거와 정황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밀수범들이 진술을 번복한 것에 대해서도 합수단의 강요 또는 유도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그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백해룡 경정은 합수단의 수사 결과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전례 없이 검찰과 관세청 기관을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압수수색 대상 기관은 인천공항본부세관, 김해세관, 서울본부세관 등 관세청 3곳과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인천지검 등 검찰 핵심 기관 3곳을 포함한 총 6곳이었다. 백해룡 경정은 이를 두고 “이미 예정된 일정이었다”며 “검찰 수사 기록을 토대로 세관 마약 밀수 연루 의혹을 다시 들여다볼 것”이라고 했다.

 이 행동은 수사 지휘 체계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검찰 조직 전체의 정당성에 도전하는 ‘절차적 무기화’로 해석되었다. 백해룡 경정은 자신이 신청한 영장이 합수단 내 검찰팀에 의해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도 불구하고 , 이 절차를 강행함으로써 향후 공수처 고발의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백해룡 경정은 합수단이 영장 청구를 반려할 경우, 당시 마약 게이트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을 피의자로 입건해 공수처에 수사하도록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등의 범죄 혐의가 적나라하다. 함부로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며, “우선 절차대로 합수단장과 임은정 동부지검장을 통해 영장을 신청해 보겠지만, 만약 청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공수처 고발 또한 고려할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검찰 내부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 외부 기관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전략적 행보였다.

"경찰이 거짓말에 속았다" vs "검찰이 마약 게이트를 덮었다"

 수사 결과 발표 이후, 두 사람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임은정 지검장은 백해룡 경정의 주장에 대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직접 반박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임은정 지검장은 백해룡 경정이 “마약 밀수범들의 거짓말에 속아” 경찰 수사의 초점이 마약 밀수 조직에서 세관 직원들로 전환되었다고 지적했다. 임은정 지검장은 이로 인해 “세관 직원 개인은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 여러모로 피해가 큰 사건”이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임은정 지검장은 과거 백해룡 경정에게 “느낌·추측과 사실을 구분해서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충고했던 사실을 공개하며, 백해룡 경정의 판단 능력과 전문성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드러냈다. 임은정 지검장은 “백해룡 경정님이 인천공항 실황 조사 영상에서 확인되는 것과 같은 실수와 잘못을 더는 범하지 않도록 기록을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강조했었다. 이는 단순히 의견 충돌을 넘어, 백해룡 경정의 직업적 역량 부족을 공식적인 지휘 라인이 공개적으로 질타한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이에 백해룡 경정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임은정 지검장을 향해 거친 언사를 사용하며 반격했다. 그는 “(세관 연루 의혹을) 덮어준 합수단도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으며 , 임은정 지검장을 “마약 게이트를 덮은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백해룡 경정은 외압 의혹에 대한 무혐의 판단을 일축하며 “외압이 있었지만 억울하다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최고 권력자가 (마약이 밀수되도록) 국경을 열어줬다는 게 사건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악연은 결국, 사법 시스템 내부의 깊은 균열을 여실히 드러냈다. 백해룡 경정은 절차적 정당성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자신의 확신을 관철하려 했고, 임은정 지검장은 경찰의 초기 증거 수집 과정에 명확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며 검찰 조직의 법률적 우위를 확립하려 했다.

이 사건은 공동 수사단이라는 협력 모델이 상호 신뢰나 통일된 절차적 기준 없이 운영될 때, 그 결과가 의혹 해소가 아닌 시스템 전체의 파열로 이어진다는 씁쓸한 교훈을 남겼다. 사건의 본질적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사법 기관 내부의 극심한 불화는 공정한 정의 실현에 대한 국민적 믿음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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