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은 젬자·자이프렉사·알림타를 시작으로 사노피의 블록버스터 탁소텔까지 19개국 권리를 한 번에 품었다. 보령은 LBA를 단순 포트폴리오 보강이 아닌 자체생산·제형변경·글로벌 판매로 이어지는 완성형 사업 모델로 진화시켰다.
LBA는 ‘기존에 시장에서 검증된 오리지널 의약품 브랜드를 통째로 사오는 전략’을 뜻한다. 보령은 지난 2022년부터 LBA 전략을 본격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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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체 생산 전환으로 수익 ‘퀀텀 점프’…제형 변경이 만든 ‘2차 성장
2일 회사에 따르면 보령은 일라이 릴리(Eli Lilly)로부터 지난 2020년 항암제 '젬자'(Gemja, 성분명: gemcitabine), 2021년 조현병 치료제 ‘자이프렉사(Zyprexa, 성분명: olanzapine), 2022년 알림타 등의 오리지널 품목에 대한 국내권리를 인수했다.
특히 올해 10월에는 사노피의 유명 항암제 탁소텔(Taxotere) 에 대해 한국·중국·독일·스페인 등 총 19개국 판권·유통권·상표권을 포괄 인수했다. 단일 품목으로는 국내 제약사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대규모 인수다.
보령의 LBA는 단순히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을 사들이는 수준을 넘어 제형 변경, 자체 생산 등으로 수익률을 극대화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보령은 현재 일라이 릴리로부터 사들인 젬자, 자이프렉사, 알림타 등은 모두 예산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해당 품목들은 인수 3년 차부터 자체 생산이 이뤄졌다.
보령 관계자는 "기술 이전 후 자체 생산하는 데 3년가량 소요된다"며 "보령은 LBA 의약품을 자체 생산해서, 직접 유통·판매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강화됐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보령은 2022년 29% 수준이던 젬자·자이프렉사·알림타의 매출총이익률을 올 3분기 기준 60.9%까지 끌어올렸다. 무려 31.9%p 개선된 수치다. 매출총이익은 순매출액에서 매입원가를 뺀 값이며, 백분율로 표시되는 이익마진이다.
자체 생산이 끝이 아니다. 다음으론 제형 변경이다. 보령은 지난 2023년 젬자를, 지난 7월엔 알림타를 액상제형으로 개발해 출시했다.
제형이 바뀌면 약가 재산정이 가능하고 병원 선호도 역시 높아지는 만큼 LBA 이후의 2차 성장 모멘텀으로 꼽힌다.
보령 관계자는 알림타 액상 전환을 "수익성 개선의 또 다른 기회"라며 "기존 분말 제형은 용액하고 섞어서 써야하기 때문에 불편했다. 분말제형은 병원과 환자 입장에서 모두 편의성이 높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형 변경 자체가 시장 수요를 반영해서 시장에 내놓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잘 팔려나간다"고 덧붙였다.
액상형 젬자는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젬자 판매의 약 70% 이상을 차지한다. LBA는 처방액도 급증하며 보령의 외형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이날 의약품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 자료에 따르면, 젬자는 2020년 인수 당시 143억원이던 연간 처방액이 지난해 295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자이프렉사는 2021년 인수 이후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며 지난해 167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알림타는 2022년 210억원에서 지난해 269억원으로 28%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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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개국 권리 확보, 단순 품목 인수 넘어 ‘매출 네트워크’ 획득
특히 탁소텔 인수는 글로벌 진출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탁소텔은 지난해 기준 글로벌 매출 약 1100억원 규모의 의약품이다.
보령 관계자는 "탁소텔은 당장 내년부터 국내 매출이 발생할 전망"이라며 "19개국에도 순차적으로 라벨 전환, 유통사 계약 재정비, 인허가 등의 행정 절차가 마무리 되면 순차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탁소텔TF를 만들어 관련 사업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보령이 인수한 19개 국가는 아시아와 유럽 핵심 시장을 포함하고 있다. 이번 딜은 단순한 '품목 인수'가 아니라 글로벌 매출 네트워크를 한 번에 확보한 사례로 해석된다.
보령 관계자는 "보령 내부에서는 탁소텔 인수를 두고 LBA라는 단어 대신, '글로벌 비즈니스'로 부르고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LBA 확장판' 또는 'LBA 글로벌 버전'으로 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증권가에서도 탁소텔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당장 탁소텔은 내년 국내에서만 200억원의 매출을 전망했고 자체 생산으로 전환되는 2027년 이후 수익성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 19개국에 순차 출시하면서 현재 탁소텔의 세계 매출 1100억원을 고스란히 흡수할 것이란 분석이다.
보령의 LBA 방식은 국내 제약사들이 통상 글로벌 제약사와 코프로모션(공동마케팅) 계약을 통해 매출을 확보하고 외형성장을 지속해 온 것과 큰 치이다.
보령 관계자는 "코프로모션은 언제든 종료될 수 있는 임시 매출이지만, LBA는 말 그대로 '내 자산이 되는 브랜드 확보'라는 점에서 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코프로모션은 △수익 배분 구조 제한 △계약 종료 위험 △생산·공급에 대한 통제권 부재 등의 단점이 있다.
보령 관계자는 "보령은 제네릭 경쟁을 벗어나기로 가장 선명한 결정을 내린 회사"라며 "실제로 LBA 품목들이 회사 실적 체질을 확 바꿔놓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보령 매출은 2022년 7605억원, 2023년 8596억원, 지난해 1조171억원 순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566억원, 683억원, 705억원 순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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