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경찰서는 9일 국회 외곽 담장에 불을 지른 혐의로 한 남성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 3문 인근 방화 / 연합뉴스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 남성은 이날 오후 8시 10분께 국회 3문 담장 쪽에 쌓인 낙엽에 토치로 불을 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주변 잔디밭 등 약 30㎡가 불에 탔다. 소방 당국은 차량 18대와 인원 53명을 투입해 출동 15분 만인 오후 8시 25분께 화재를 완전히 진압했다.
김 씨는 국내 정치 상황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낙엽 더미에 불을 붙인 장난 수준이 아니라, 국가 주요 시설 인근에서 자칫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었던 위험한 행위로 평가된다. 국회 담장 주변에는 낙엽과 잔디, 수목 등이 밀집해 있어 한 번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주변으로 번질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약 30㎡가량의 잔디밭이 불에 탔고, 소방차 18대와 인원 53명이 동원될 정도로 초기 대응이 중요했던 상황이었다. 만약 바람이 더 강했거나 인근에 인화성 물질, 주차 차량, 시민들이 더 많이 있었다면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사실상 공공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 중대한 행위로 볼 수 있다.
겨울철 야외 화재 사고가 특히 더 위험한 이유는 건조한 기후와 강한 바람, 낮은 기온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기온이 떨어지면 난방 기구·화기 사용이 늘어나고, 주변의 나뭇잎·잔디·수목은 수분이 빠져 작은 불씨에도 쉽게 타는 상태가 된다.
여기에 겨울철 특유의 건조한 대기와 바람까지 겹치면 불꽃과 불티가 생각보다 먼 거리까지 날아가 다른 지점으로 옮겨붙는 ‘비산 화재’가 발생하기 쉽다. 한 번 불이 번지기 시작하면 더 많은 장비와 인력이 필요하고, 특히 야간에는 시야 확보가 어려워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토치로 낙엽에 불을 붙이는 행위는 겨울철에 더욱 치명적인 결과를 부를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지난 3일 새벽에는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10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영등포소방서에 따르면 당시 회관에서 야간 근무 중이던 당직자가 연기를 발견해 신고하면서 화재 사실이 알려졌다.
신고를 받은 소방 당국은 차량 21대와 인력 78명을 현장에 급파해 진화 작업을 벌였고, 출동 27분 만인 오전 4시 24분께 불을 완전히 껐다. 화재 당시 해당 층에는 근무 인원이 없어 인명 피해나 대피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사무실 내 책상과 일부 집기류가 불에 타는 재산 피해가 났다.
소방 당국은 정확한 발화 원인을 조사 중이다. 전기 계통 이상이나 사무용 기기에서 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추가 확인을 위해 국립 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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