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이나라 기자 | 올해 카드 이용이 12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카드사들의 실적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소비 회복과 결제량 증가가 이어지는 흐름과 달리, 비용 구조 부담과 수익 기반 약화가 겹치면서 '성장 없는 성장'이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1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10월 누적 카드 이용실적은 약 1048조원으로 지난해 연간 규모인 1040조원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통상 월 카드 이용액이 100조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 연간 이용실적은 12월까지 1200조원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이용 확대는 소비 심리가 회복되며 오프라인 이용이 되살아난 데다 온라인·모바일 결제 확산, 여행·항공·숙박 수요 증가 등이 겹치며 결제 흐름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후 해외여행 및 해외 결제 부문에서의 성장이 뚜렷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중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 실적’에 따르면, 올 3분기 국내 거주자의 해외 신용·체크카드 사용액은 총 59억2900만달러로 전 분기 대비 7.3%, 지난해 동기 대비 3.9% 늘었다.
전체 규모는 지난해 3분기 기록한 역대 최고치인 57억800만달러를 뛰어넘은 수치로, 사용 형태별로는 신용카드가 전 분기 대비 7.4%, 체크카드가 7.3% 늘며 카드 종류에 관계없이 해외 결제가 고르게 확대된 모습이다.
그러나 이용 규모 확대와 달리 카드사 실적 흐름은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업 카드사 6곳의 2025년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합계는 약 1조797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약 2조1216억원 대비 15% 넘게 감소했다.
카드 이용이 늘수록 수익성도 자연스럽게 강화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결제 증가가 실적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 같은 수익성 하락에는 카드 수수료 인하·대손비용 증가·대출 부문 축소라는 구조적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가맹점 수수료 체계 조정이 반복되면서 일반가맹점 평균 수수료율은 1.5% 수준에서 1.3%대로 낮아졌으며 온라인·모바일 거래 비중 확대까지 겹치며 수수료 기반 수익의 탄력성이 크게 떨어졌다.
대손비 증가도 실적을 압박하는 핵심 요인이다. 여신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업 카드사 6곳의 대손비용은 1조945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의 1조7597억원 대비 약 10.5%가 늘었다.
일부 카드사의 경우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2년 사이 28%나 증가한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리 부담이 장기화되며 연체율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충당금 적립도 확대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대출 부문 축소 역시 뚜렷하다. 카드론·현금서비스 등 고수익 대출 포트폴리오는 규제 강화와 보수적 리스크 관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성장 여력이 크게 제한됐다.
8개 카드사의 지난해 카드론 수익은 5조9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0% 증가했으나, 지난 7월 금융당국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강화·카드론 취급 관리·고금리 대출 구조 점검 등을 병행하면서 카드사들의 대출 자산 확대는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로 인해 이자수익 기반이 약해졌고 전통적으로 실적 개선을 이끌어 온 주요 수익원은 축소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올 3분기 신규 카드론 취급액은 9조8791억원으로 집계됐는데, 분기 기준 카드론 취급액이 10조원을 넘기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수수료 수익 감소·대손비 확대·대출 자산 위축이 동시에 진행되며 카드사들의 실적 부진은 단순한 경기적 요인을 넘어 구조적 문제로 굳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제량 확대에도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는 역전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결제 기반 사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 전환도 필요한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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