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클리닉]관절염 오래가면 '다발골수종' 의심해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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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클리닉]관절염 오래가면 '다발골수종' 의심해 봐야

이데일리 2025-12-10 06:11:3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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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골수암’ 혹은 ‘혈액암’의 한 종류인 다발골수종은 낯선 이름 탓에 매우 드문 병처럼 느껴지지만, 국내에서 점차 증가하는 대표적인 혈액암이다.

9일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새로 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약 27만 7000명으로 이중 다발골수종은 2018건(전체 암의 1% 미만)으로 집계됐다. 적은 수치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해야 한다.

2010년 1080명이던 다발골수종 신규 환자가 2019년에는 1831명으로 늘었고 2019년 기준 연령표준화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약 1.8명으로 보고됐다. 전 세계적으로도 2020년 약 17만 6000건의 새로운 다발골수종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국가 중 다발골수종 5년 유병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고령 인구 증가와 진단 기술 발달, 검진과 건강검진을 통한 우연 발견 등이 이 같은 증가 추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뼈 속에는 피를 만드는 공장인 골수가 있다. 이곳에서는 산소를 나르는 적혈구, 감염을 막는 백혈구, 피를 굳게 하는 혈소판뿐 아니라 외부에서 들어온 세균·바이러스에 대응하는 항체를 만드는 ‘형질세포’가 만들어진다. 다발골수종은 이 형질세포가 암세포로 변해 골수 안에서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는 병이다. 암세포가 골수 속을 차지하면 뼈를 안에서부터 녹여 뼈를 약하게 만들고(골 파괴) 정상적인 피가 만들어질 공간을 빼앗아 빈혈을 유발한다. 암세포에서 나오는 비정상 단백질이 콩팥(신장)을 손상시키고 뼈에서 빠져나온 칼슘이 피 속으로 과도하게 쏟아져 들어가 고칼슘혈증을 일으킨다.

문제는 이런 변화들이 특별한 ‘암 증상’처럼 보이기보다는 나이 들면서 흔히 겪는 증상과 겹쳐 보인다는 점이다. 별다른 외상이 없는데 허리나 갈비뼈, 골반이 몇 주 이상 계속 아프거나, 가벼운 충격에도 뼈가 쉽게 부러지는데도 ‘나이도 있는데 디스크나 골다공증이겠지’ 하고 넘기기 쉽다. 이유 없이 피곤하고 숨이 차거나 얼굴이 창백해지는 증상도 단순 빈혈이나 과로로 생각하기 쉽다.

변성규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건강검진에서 신장 기능 수치(크레아티닌)가 올라갔다거나 혈중 칼슘 수치가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특별히 불편한 증상이 없다고 그냥 지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이러한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몇 주 이상 계속된다면 단순한 노화나 관절질환으로만 보지 말고 혈액내과 전문의에게 한 번쯤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요즘 치료는 면역조절제(레날리도마이드 등), 프로테아좀 억제제(보르테조밉 등), 항-CD38 단클론항체(다라투무맙 등)와 같은 표적성 높은 약제들이 기본 골격을 이루고 있다. 상태가 좋은 비교적 젊은 환자에서는 초기 몇 달간 강한 약물치료로 병을 최대한 줄인 뒤,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사용해 시행하는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통해 보다 깊은 관해에 도달하도록 돕는다. 재발·불응 단계에서는 기존 약제 조합에 더해 CAR-T 세포치료나 이중항체 등 새로운 면역치료가 도입되면서 다발골수종 환자의 생존 기간과 치료 선택지가 과거보다 크게 넓어졌다. 국내외 연구를 종합하면 다발골수종의 5년 생존율은 지난 수십 년간 크게 향상됐다. 특히 신약 도입 이후에는 여러 해 동안 일상생활을 유지하며 지내는 환자가 점점 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변성규 교수가 환자에게 다발골수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다발골수종은 더는 우리와 거리가 먼 ‘특별한 병’이 아니다. 그렇지만 조기에 의심하고 진단하면 훨씬 더 좋은 시기에, 더 효과적인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병이기도 하다. 변성규 교수는 “최근 이유 없이 뼈가 자주 아프고 쉽게 골절이 생기거나, 피곤함과 숨참, 빈혈, 신장 기능 이상, 혈중 칼슘 상승이 반복된다면 ‘나이가 들어서 그렇겠지’라고 넘기기 전에 한 번쯤 ‘혹시 내 골수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를 떠올려 보고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기를 권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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