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만 즐기고 있는 해산물 음식이 있다.
바로, 회를 여러 양념과 야채와 함께 물에 넣어 버무려 먹는 '물회'다. 물회는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음식으로, 얼마나 한국적 음식인지 보여준다.
우리나라 사람들만 열광하는 '이 음식'
물회는 살아 있는 해산물을 그대로 썰어 차가운 육수나 양념장에 담가 먹는 음식으로, 바다와 가까운 동해·남해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전승돼 왔다. 과거 어부들이 먼 바다에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잡은 생선을 바로 손질해 얼음물이나 바닷물에 간단히 말아 먹던 것이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장시간 보관이 어려운 신선한 생선을 즉석에서 차갑게 즐기기 위해 탄생한 일종의 '어부식'이 한국의 고유 음식으로 발전한 셈이다.
일본에도 회 문화가 깊게 뿌리내려 있지만, 날생선을 차갑게 국물에 말아 먹는 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 요리에서는 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간장·와사비 조합이 일반적이며, 회에 물이나 육수를 부어 먹는 방식은 선호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역시 해산물을 즐기는 광둥, 저장, 산둥 지역이 있으나, 생선을 뜨겁게 조리하거나 양념을 더해 익혀 먹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생선회를 차갑게 국물에 섞어 먹는 독특한 조리법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 물회가 특별한 이유
한국 물회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회를 차갑게 즐긴다는 점뿐 아니라, 양념 문화와 얼음 문화가 결합된 음식이라는 데 있다. 고추장 베이스의 양념에 과일, 식초, 참기름 등이 더해져 단맛·매운맛·새콤함이 조화를 이루며, 얼음을 넣어 시원함까지 강화한다.
이는 한국 특유의 매운 양념 문화와, 여름철 더위를 견디기 위한 식문화가 자연스럽게 결합해 탄생한 방식이다.
지역별 물회의 특성
물회는 지역별로도 강한 개성을 드러낸다. 강원도식 물회는 새콤한 동치미 육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경북 포항은 고추장 양념과 오징어 물회가 유명하다. 제주도는 자리돔과 한치 등 지역 특산 어종을 활용해 보다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지역마다 다른 어종과 양념을 활용하면서도 '차갑게 말아 먹는' 물회의 기본 구조는 동일해 하나의 독립된 음식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회가 한국에서만 자리 잡은 이유에 대해 "바다와 가까운 지리적 환경, 신선한 어획물 중심의 식습관, 매운 양념 문화가 모두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외국에서는 보기 힘든 음식 방식이지만, 한국에서는 오랜 시간 생활 속 지혜와 지역 문화가 쌓여 하나의 정통 음식으로 발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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